해운사 구조조정 살아남은 벌크선사 반사이익…대한해운 실적 개선 전망

대한해운이 운행 중인 벌크선. / 사진=대한해운

벌크선 업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국내 2위 벌크선사를 거느린 대한해운삼라마이더스(SM)그룹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M그룹이 올해 새롭게 뛰어들 컨테이너 사업이 안정화 궤도에 오를 때까지 벌크선 사업이 받쳐 준다면, 한진해운 뒤를 잇는 ‘매머드급 선사’가 되겠다는 청사진도 현실화될 수 있다.

23일 이베스트증권이 선주, 애널리스트 등 드라이벌크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1년 뒤 벌크 시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의 근거는 최근 경기 둔화에 따라 전 세계 해운사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서 공급 물량이 일부 줄었다는 데 있다. 즉, 같은 먹거리를 두고 경쟁하던 해운사들 중 상당수가 파산하면서 보릿고개를 견뎌낸 해운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벌크선 발주척수는 1949척이었다. 2014년부터 발주량은 감소했다. 2014년 763척, 2015년 357척, 2016년 48척만이 발주됐다. 톤수 기준으로 2007년 1.6억DWT가 발주됐는데, 2016년 0.1억 DWT까지 급락했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2017년 인도량은 4000만DWT를 예상하는데, 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는 전망치도 있다. 선대 증가율은 2%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물동량 증가율은 2017~2018년 평균 1.8%로 예상한다. 선대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물동량 증가율을 감안하면 드라이벌크선 시황은 회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해운 실적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 벌크선 실적은 2014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영업권과 인력(700여명), 외국 자회사 7개, 물류운영시스템, 영업 및 화주 정보 등을 총 370억원에 인수하며 컨테이너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다만 당장 컨테이너선 업황이 좋지 않다. 해운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업황 개선이 2018년에서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항공이 기존 주력사업인 벌크선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한다면, 신규 사업을 지탱할 수 있는 여력도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벌크선 시장은 바닥국면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벌크선사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에 따라 2017년부터 벌크시장 운임이 상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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