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유리…유럽·일본·중국 등 이미 적극적으로 나서
주요 원유 수입국들이 최근 공급차질 위험 대비 및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국제공동비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원유 공동비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원유수입국들은 공급 차질이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고자, 원유 비축 정책을 시행해 왔다. 석유비축은 국제 석유시장의 각종 공급불안 요소에 대비하는 수단 중 가장 효과적이면서 널리 사용되는 방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석유비축을 위한 비축설비 구축과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국제공동 비축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비축은 2개 이상의 석유비축 주체(국가 또는 기업)가 비축을 통한 공급안정성 확보 및 경제적 편익을 목적으로 석유비축 관련 제반 협력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축주체가 다국적으로 구성될 경우 통상적으로 국제공동비축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제공동비축은 단독비축에 비해 설비 건설·운영, 비축유 구매·관리 등에서 전반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소요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쟁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조건이 준수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오랜전부터 원유공동비축에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유럽은 소비국들만이 참여하는 공동비축의 대표적 사례로, 1968년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유럽 국가들의 석유공급안보 제고를 위해 회원국들에게 최소 65일 동안 자국 소비량을 비축토록 결정한 것이 효시를 이루고 있다.
유럽 국가 간 공동비축은 대부분(체코와 슬로바키아 제외) 티켓 시스템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티켓 시스템은 원유의 실질적 이동 없이 비축을 원하는 국가가 비축 시설이 위치한 국가로부터 비축유에 해당하는 원유를 구매한 뒤 소유권을 증명하는 티켓이라 불리는 증서를 받게 되는 형식이다. 티켓을 받은 국가는 평상시 저장 시설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이후 비상 상황 등으로 인해 자국으로 해당 비축유의 반입이 필요할 경우 티켓을 통해 해당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원유공동비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1978년 석유공급 안정성 제고를 위한 석유비축제도 구축에 착수한 이후, 법제도 및 비축사업 구조를 발전시켜 국제공동비축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비축 중에서 약 1200만 배럴 이상을 국제공동비축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기업 ADNOC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Aramco가 국제공동비축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또 소비국인 뉴질랜드와도 공동비축을 시행하고 있으며, 자국 비축시설에 뉴질랜드 전략 비축유를 보관할 수 있도록 비축설비 용량을 대여하고 있다.
중국도 비축사업에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원유 수입국이자 석유제품 소비국으로 2003년부터 국가에너지국 산하에 비축담당조직을 신설하면서 본격적으로 비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공동비축보다는 주로 단독비축을 중시하고 있으나, 최근 산유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Reuters)는 이란 국영 석유기업 NIOC가 중국 다롄(Dalian)에 비축설비를 임차해 중국, 인도, 한국으로 수송하는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지난 2014년 제기하기도 했다. 향후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산유국들의 이해가 중국 정책과 결합된다면, 더욱 많은 국제공동비축 사업이 중국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국제공동비축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상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동북아지역 국가들(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호주 등)의 원유・석유제품 수급에 있어 비축설비 운영, 수송 등 물류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 일본 등이 국제공동비축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경우, 한국의 비교우위는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따라서 한국은 석유 정제산업 역량과 물류산업,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석유 물류 부문에서의 비교우위를 구축해야 한다”며 “관련 역량을 조속히 제고하는 차원에서 국제공동비축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국제공동비축을 통해 얻게 되는 비용 경제성과 이용 편의성 확보를 위해 국가와 기업을 모두 포괄하는 다자 및 양자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