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연이은 배터리 문제로 곤욕…LG전자는 G6 3월 출시로 기선제압 나설 듯
올해 상반기 신작 프리미엄 스마트폰 발표를 앞두고 업계에선 새로운 기능보다 완성도와 내구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삼성전자와 애플이 제품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경영진도 앞다투어 품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품질을 경영의 큰 축으로 삼아 ‘일등 품질’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오는 2월 말 시작하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7에서 G6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반기 프리미엄 경쟁 시기는 예상보다 당겨진 상황이다. LG전자는 4분기 MC 사업부가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MWC2016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7와 경쟁작으로 내놓았던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내놨다. G5 국내 출시 당시 초기반응도 갤럭시S7보다 좋았다. S7에 비해 전작 제품과 다른 색다른 기능을 선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립 시 제품 단차 문제와 다양한 모듈 공급 부족으로 초기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잇달아 배터리 게이트에 시달리면서 제품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스마트폰 시장 전체에 번지게 됐다. 삼성전자 하반기 출시작 갤럭시노트7은 일부 제품이 배터리 발화를 일으켜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사용자의 비행기 탑승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6과 아이폰6S 제품이 배터리 30%에서 갑자기 꺼지거나 추운날씨에서 작동하지 않는 결함을 보이면서 중국에서 대대적인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아이폰C, 아이폰SE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까지 출시했던 애플에 이번 배터리 게이트는 큰 손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번 결함은 추격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은 “다른 회사 제품보다 비싸도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 점유율 1, 2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배터리 문제로 제품 신뢰도에 타격을 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노트7 문제를 수습하고 있다. 23일에는 노트7 발화 사건에 대한 원인을 배터리 자체 불량이라고 강조해서 밝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이 자리에서 갤럭시S8 조기 출시설을 일축했다. 업계에선 이에 따라 기존에 알려진 대로 삼성전자가 4월 중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실수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조기 출시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트7 발화사건이 터지면서 모바일 연구 인력을 그쪽에 대거 투입했기 때문에 신제품을 빨리 내놓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발 빠르게 나선 기업은 LG전자다. LG전자는 MWC에서 G6를 발표한 후 3월 10일 국내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4월에 출시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G6가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때문에 상반기에 G5 제품 수율 문제로 출시가 늦어졌던 선례를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G6는 방수기능, 간편 결제 서비스인 LG페이에 5.7인치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 LG전자는 평택 V20 공장에서 최대 6개월이 걸리는 시스템 부하 시험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생산 시설에서 G6도 생산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신중하게 신제품을 내놓는 만큼 LG전자의 빠른 출시가 제품 내구성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장기적 검증 없이 소비자가 하루 종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품질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LG전자가 공개한 G6 예고 영상에 따르면 신제품은 큰 화면에 비해 작고 얇은 크기를 자랑한다.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기능에 비해 얇고 작은 디자인으로 배터리 부하를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 S8의 경우 출시 시기가 늦은 대신 홈버튼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자체에 지문인식 기능을 넣는 등 혁신적인 디자인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랫동안 해당 기능에 대한 기술력을 LG이노텍이 보유하고 있으며 LG전자 차기 스마트폰에 탑재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때문에 해당 기능이 편리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정도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손님들이 판매한 점포나 직원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선 유통채널에선 검증된 제품을 추천하게 된다”면서 “전에는 손님에게 무조건 안전하게 갤럭시나 아이폰을 추천했는데 요즘은 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제조사들이 실수를 하지 않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