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상품서 제작까지 무한확장 태세…한복판에는 IP의 힘
양현석은 공룡이 되려는 걸까. 최근 움직임만 지켜보면 ‘그렇다’고 답해야 할 것 같다. 그 한복판에 아이돌 IP(지적재산권)가 있다. 빅뱅, 위너 등 소속 연예인들을 활용해 화장품과 외식사업에서 방송제작까지 다방면으로 손길을 뻗치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416억원을 들여 짓겠다는 신사옥 역시 IP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유력 PD를 10명 이상 영입하겠다는 양현석 대표의 계획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전략선상에 자리했다고 보고 있다.
◇ 416억 신사옥 건립의 속내…한류 빅텐트 극대화
지난달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YG는 총 416억원을 들여 현재 사옥 주변인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일대 연면적 1만 8905㎡에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 신사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돋보이게 늘고 있는 실적에서 나온다. YG가 금융당국에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2515억원이다. 2015년 같은 기간(137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4분기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750억원~790억원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매출액은 33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2015년 매출액은 1931억원이었다. YG는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와 웨잉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중국 공략을 위한 승부수도 던졌다. 이미 중국 시장서 온라인 음원 수익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매출액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서는 규모 확장에 따른 신사옥 건립으로만 의미를 한정지어 보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를 통해 노리는 부수적인 효과 때문이다.
YG는 지난해 5월 마포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사옥 인근에 관광객을 위한 라운지 등을 신설해 이 일대를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기로 했다. 합정동 YG 사옥을 중심으로 한류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양 대표의 구상은 최근 산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류 빅텐트론’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7일 정책포럼을 열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쇼핑, 엔터테인먼트, 관광, 문화가 한데 묶인 빅텐트 전략이 부가가치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YG PLUS는 양현석 대표가 빅텐트 구상을 위해 신경을 기울여온 자회사다. YG 플러스에는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운영하는 코드코스메(CODECOSME)와 삼거리 푸줏간을 비롯해 외식사업을 펼치는 YG FOODS가 속해 있다.
김아영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 연구원은 기자에게 “이제 소비자들도 YG하면 푸드-화장품을 떠올리는 게 어색하지 않다. 부가사업을 연착륙시킨 거의 유일한 엔터기업”이라며 “오너(양현석)가 개별 아티스트의 색깔을 부각시켜주는 점도 사업다각화의 한 동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이 말한 개별 아티스트의 색깔을 다른 말로 해석하면 IP(지적재산권) 활용이 된다. 업계서는 YG 플러스의 핵심자산이 YG의 IP(지적재산권)라 보고 있다.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등 한류시장에서 소구력이 높은 YG 소속 가수·배우들을 화장품, 외식사업과 맞물리게 하는 전략이다.
이미 YG 플러스는 지난해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태양을 상대로 36억원 상당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가 된 멤버들을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지드래곤의 이미지는 화장품브랜드 문샷에서 집중 부각되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유상증자를 통한 장기적인 파트너쉽과 광고 모델 기용으로 ‘YG=지드래곤=문샷’의 연결고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합정 신사옥은 IP확장이라는 YG의 미래전략이 상징적으로 나타날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마포구에는 한해 650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대부분 홍대와 합정 일대를 찾는 이들이다. YG 푸즈의 외식브랜드인 삼거리푸줏간도 홍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은 17일 정책포럼에 나와 “아이돌 IP는 거대 팬덤을 형성한 중국 시장과 긴밀히 맞물려 있어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할 원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제작사 되겠다는 YG…KBS‧CJ E&M‧NEW와 차별화 포인트도 IP
양현석 대표가 방송제작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도 IP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도 많다. PD와 작가 등을 계속 영입해 연예인을 기획하는 회사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속내가 읽힌다는 해석이다.
현재 연예기획사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바람 중 하나는 PD영입이다. 최근에는 MBC ‘느낌표’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JTBC ‘썰전’을 연이어 히트시킨 여운혁 PD가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재석의 소속사인 FNC 엔터테인먼트는 SBS ‘시크릿가든’을 연출한 신우철 PD를 영입했다.
YG의 움직임은 더 도드라진다. 양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인 PD를 10명가량 영입하고 그 밑으로 2~3명의 조연출이 합류할 것 같다”고 직접 공개했다. 방송사 메인PD의 이적료가 10억원에서 최대 3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100억원 안팎의 실탄을 활용해 PD들을 데려오겠다는 얘기다.
PD 영입은 외주제작시장 한복판에 뛰어들겠다는 신호탄이다. 현재 YG는 SBS 예능프로그램 ‘꽃놀이패’에 투자자 형태로 공동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앞서는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NBC유니버설과 함께 이준기‧아이유가 주연 SBS드라마 보보경심:려 공동제작을 맡았다. 이제는 투자자의 옷을 벗고 주요 제작자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하필 제작시장이 공룡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해 CJ E&M은 지난해 5월 드라마사업 부문을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물적 분할했다. KBS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에 아랑곳 하지 않고 8월 자체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출범시켰다. 9월에는 영화투자배급사 NEW까지 콘텐츠제작법인 ‘스튜디오&NEW’를 설립했다.
따라서 YG가 제작시장에 뛰어들면 방송, 영화 시장서 공룡 노릇을 하던 기업들이 한데 뒤엉켜 정면경쟁을 펼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중 KBS와 CJ E&M은 각각 방송채널이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췄다. NEW는 이미 태양의 후예로 첫 타석서 만루홈런을 쳤다. 그렇다면 YG의 무기는 무엇일까? 역시 IP가 되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연구원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YG는 이전부터 엠넷(M-NET)에서 2NE1 TV라던가 빅뱅 TV를 내보내거나 아예 오디션 프로그램 ‘WIN - Who Is Next?’로 위너를 데뷔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방송을 활용한) IP 확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멤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박사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그들 자신의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노리듯, YG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IP와의 시너지를 노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문샷을 통해 생산하는) 화장품도 방송을 통해 내보내면 IP확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