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25억원 광고 제작비는 별도…세타2 엔진 결함 만회 위한 고육책
현대·기아자동차가 슈퍼볼 TV 광고료로 325억원을 쏟아붓는다. 초당 2억7083억원을 쓰는 셈이다. 광고 제작비는 별개다. 현대차 중형 세단 쏘나타, 기아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등 북미시장에서 악전고투하는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여겨진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다음달 6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제51회 슈퍼볼 경기에 각각 90초, 60초짜리 광고를 방영한다. 폭스 방송이 중계하는 슈퍼볼 TV 광고 단가가 30초당 550만달러(65억원) 정도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광고가 현대·기아차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북미 시장에서 상당한 이미지 실추를 겪은 데 더해 올해가 친환경차 시장 공략의 원년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딥워터 호라이즌으로 잘 알려진 피터 버그 감독을 제작자로 데려와 특정 상품을 광고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브랜드 가치를 담아낼 예정이다. 일반 광고와 달리 다큐멘터리를 위한 촬영과 편집을 경기 중 실시간으로 진행해 경기장 안팎의 주요 장면을 경기 종료 직후 시청자에게 공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광고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이번에 시도하는 광고는 광고라기보다 잘 만든 경기 주요 장면이 될 것”이라며 “특정 상품을 많이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슈퍼볼 경기에 대한 시청자 집중도가 상당한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탁월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볼 중계는 15분씩 4쿼터에 10분짜리 하프타임쇼로 구성된다. 쿼터 사이사이에는 중간광고와 하프타임 광고가 방송으로 나가는데 시청자만 1억명을 넘어선다. 미국 소비자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에는 최고의 광고 플랫폼인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타2 엔진 결함으로 겪은 이미지 실추를 슈퍼볼 광고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쏘나타는 국내 시장보다 북미 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모델로 중형차 빅4로 불렸지만, 지난해 말리부에 밀리며 판매량 상위 6위로 내려앉았다.
한편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하이브리드차인 니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미국 내 NBA 유명 선수를 모델로 데려와 K5와 K9 광고에 나선 만큼 스포츠를 이용한 홍보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니로 등 친환경차 인지도 확대가 이번 광고의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