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환율 상승으로 비이자이익 부진…올해도 대출 규제 강화로 실적 둔화 전망

지난해 3분기까지 급등했던 은행권 실적이 4분기에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 사진=뉴스1

지난해 3분기까지 호조를 보였던 은행권 실적이 4분기에 주춤할 전망이다. 순익이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금리와 환율 상승, 대규모 명예퇴직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지난해 4분기 추정 순이익을 1조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기존 예상치 1조9300억원보다 6300억원 낮은 수준이다. 전분기 2조6500억원의 절반이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는 10.6% 증가한 수준이다.

최정욱 연구원은 "은행권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대폭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중 금리와 환율 상승으로 매도가능 채권 매각이익이 줄었다. 단기매매채권 평가손실과 외환환산손실 발생 등으로 비이자이익이 부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은행들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일회성 판관비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8월 31일 1118원에서 12월 30일 1208원으로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채권 금리가 상승했다. 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채권 매각이익이 줄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계열 은행과 증권사에서 3000여명이 명예퇴직한다. 이 비용만 8600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도 각각 2200억원, 920억원의 명예퇴직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우 외환환산손실과 보수적 충당금 적립 등으로 다른 은행보다 실적이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어 인원이 확정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명예퇴직 인원을 300여명으로 가정하면 약 1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은행별 4분기 실적 전망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가 은행 중 가장 양호한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 4분기 순익 전망치는 5030억원으로 기존 시장 전망치 7600억원보다 낮다. 다음은 신한금융지주가 3600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은행 2220억원, 우리은행 1380억원, 하나은행 732억원의 순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은행권 실적은 전년 만큼의 성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 기조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은행 대출자산 증가율을 3~5%로 예측했다. 지난해 상반기 7.30% 보다 2~4%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건설 경기 하락 가능성도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3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는 미국과 대내외 여건이 다르다. 은행의 금리 모멘텀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자산 증가세가 둔화돼도 시중금리 상승시 순이자마진(NIM)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이자이익 규모는 올해 수준인 34조원 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일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7000억원이었다. 3분기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이 2015년 한해 순이익 4조4000억원보다 많았다. 은행들이 지난 한해 가계대출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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