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경 논의·내년 예산안 심의도 차질 불보듯
◇대통령인수위 없는 조기대선…국회가 총대 메야하는데 시간촉박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각각 1월 31일과 3월 13일에 임기만료 예정이어서 법정시한보다는 빨리 탄핵결정이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조기대선이 4, 5월까지는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예산은 현 정부조직을 기준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정부조직이 개편되면 운영비 등 추가 예산이 들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부조직개편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조직개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주도해왔는데, 조기대선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인수위 대신 국회에서 토론을 통해 정부조직개편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탄핵결정이 나지 않으니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개별 정당의 싱크탱크 중심으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직개편안이라도 합의를 보면 차기정부 출범 후에 예산안 논의가 비교적 효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조직개편안도 확정되지 않으면 추경예산 논의는 더 뒤로 미뤄지고 한국경제는 타격을 입을 우려가 커진다.
◇올해 추경, 내년도 예산안 심의 차질
내년도 예산도 문제다. 국가재정법은 각 중앙관서의 장으로 하여금 5월 31일까지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가 정부예산안을 확정해 9월 초(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 국회에 제출한다.
조기대선으로 인해 정부조직이 바뀌면 각 부처가 만든 내년도 정부 예산요구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일을 두 번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난색을 표한다. 가뜩이나 촉박한 예산심의 기간이 더 급하게 진행되리란 예측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내년도 정부부처들의 예산요구서는 의미 없을 가능성 높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될 최종 정부예산안도 형식이야 갖추겠지만 9월까지 이뤄질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10, 11월에 수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말에 한 번 수정예산안을 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정예산안이 10~11월 중 나온다고 해도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이 부실해질 우려는 남는다. 국회법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에는 위원회가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률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돼있다. 즉 네 달에 걸쳐 심의하던 예산안을 길어봤자 두 달 동안 심의해야 한다. 예산 심의기간이 예년의 반토막으로 줄어든다.
결국 올해 추경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얼마나 빨리 합의되느냐에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측은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준비와 공감대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정부 출범 이후의 혼란과 갈등, 지연은 불보듯 뻔하다”면서 “정부조직개편과 예산안 문제는 대통령 선거직후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래서 이에 관한 논의와 해법을 미리 마련해두는 게 대선결과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