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시장 반등으로 수주 물꼬…꼬인 노사문제에 파업 가능성 '복병'
현대중공업이 낭보와 비보를 동시에 받아들었다. 지난해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해양플랜트 분야가 국제 유가 반등을 발판삼아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임단협이 표류하며 노사갈등이 재발하는 모양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호그LNG로부터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계약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앞서 삼성중공업이 17만㎥급 FSRU 1척을 2754억원에 수주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약 2700억원 안팎의 수주계약을 따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FSRU는 발전·산업용 가스 수입을 늘리고 있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에서 매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이란에서 7억달러(약 8200억원) 규모의 선박 10척 수주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른 바 ‘돈이 되는’ 계약을 연이어 따내면서 긴축 경영에 허덕이던 현대중공업 경영진들도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선복(화물적재 공간) 과잉에 시달리던 컨테이너와 LNG 운반선 등 상선 분야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12일 '조선 해양인 신년인사회'에서 "작년 조선경기가 바닥이었고 올라갈 일만 있지 않느냐고 해서 기대를 조금 하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중공업 집안 사정에 있다. 지난해부터 발목을 잡고 있는 임단협이 해를 넘긴 이달까지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환구 사장이 노조를 향해 “고통 분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력 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보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담화문을 통해 “회사 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고용 보장을 선택했다”면서 “여러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사는 채권단의 인력 조정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사측은 최근 노조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기본급의 20%를 1년 간 한시적으로 반납하는 내용의 임단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조처”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직접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등 경영진을 만나 자구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노조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지원은 없다는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사장은 “배 한 척 수주가 시급한 지금 노사 문제를 설 이전에 마무리 짓고 힘을 모아 위기 극복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만약 노조가 이를 거부한다면 임단협은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 사장의 배수진이 오히려 노사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대중공업 노조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대화가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며 파업 재개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진이 (임단협 표류를) 노조 문제로 몰고 가고 있지만, 막상 협상장에서는 노조 의견은 한 치도 수용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며 “대화는 언제나 1순위지만 동시에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