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율 차이 0.7%포인트↓, 불합격률 10%↑…“노년층 경제활동 위축만 부를 것”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박모(68) 씨는 지난해 4월 꿈이었던 개인택시를 장만했지만, 걱정이 깊다. 아파트 경비원과 법인 택시 회사에서 택시 기사를 거쳐 꼬박 10년 만에 자리를 잡았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고령 택시 기사에 대한 자격유지 심사가 운에 달린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김 씨는 “사고 없이 잘할 수 있는데 자격유지 심사는 내 능력이랑은 상관없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대부(67) 씨는 원룸에 몸을 뉘었다가 택시를 찾는 손님이 많아지는 11시가 되면 도로로 나온다. 김 씨는 “택시 기사는 나이 든 사람이 눈치 안 보고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라며 “주변에 느리게 가는 택시는 다 할아버지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안전해. 나이 많다고 사고 나는 게 아니라 빨리 가는 게 위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고령 택시 기사 자격유지 검사 연내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택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 사진 = 김태길 미술기자


정부가 65세를 넘은 고령 택시 기사 증가에 따라 사고 예방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책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택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연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운전 적성 정밀검사 중 자격유지 검사를 택시 기사에까지 확대키로 했다. 법안이 개정되면 만 65세 이상 70세 미만은 3년마다, 70세 이상은 해마다 자격유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고령 택시 기사 사고 방지 대책이 사고율 하락이 아닌 노년층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감소 효과는 없는 대신 택시 기사 수요 감소에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버스 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격유지 심사 불합격률은 10%에 달하지만, 비고령 버스 기사와 고령 버스 기사 간 교통사고 건수 차이는 0.7%포인트에 불과하다.

박 씨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 정도는 알지만, 실질적인 감소 효과도 없는 자격유지 검사를 통해 꿈을 꺾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운전 자격 여부를 충분히 살필 방안을 마련해야지 그런 것 없이 열에 하나는 떨어지는 검사를 시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령 택시 기사 증가에 대한 승객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자격유지 심사 방안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택시 운전기사는 5만4000여 명으로 4년 전과 비교해 74% 늘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택시 기사 사고 건수는 2천116건에서 3천435건으로 62%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선진국도 현재 추진 중인 정책과 마찬가지로 70세 이상 택시 기사 면허를 1~3년에 주기로 갱신하게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고령 운전기사를 관리하는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건강검진을 통해 면허 갱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자격유지 심사는 다르다”면서 “단순 나이만으로 자격을 강화하는 것은 노년층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역차별이며, 법인택시의 40~50%가 휴차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택시기사 부족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택시 업계는 택시 기사에 대한 자격유지 검사 제도를 3주 이상 중상사고 야기자가 받는 특별검사제도와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또 의료공단 자료에 따라 치매 및 정신질환자를 운전 부적격자로 한정해 택시 기사 자격여부를 면밀히 따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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