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후보 중 특허 출원 수 가장 많아…상용화까진 시간 필요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한 직원이 회수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리튬이온전지 왕좌가 흔들릴까. 전지제조업체들은 리튬이온전지 제조 경쟁이 격화되고 기술적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2차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전지제조업체들은 전고체전지를 리튬이온전지 뒤를 이을 차세대 전지로 꼽고 있다.

 

액체 혹은 겔(Gel)타입 전해질이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충격에 약하다. 전지에 구멍이 나거나 외부 압력으로 용기가 찌그러져 전해질이 셀 수 있다. 발화와 폭발 위험성이 존재한다. 

 

반면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안전하다. 전고체전지는 전해질로 세라믹, 고분자 등 고체물질을 사용한다. 외부 충격에 의해 기기가 파손되도 전해질 누액이나 폭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또 고체 특성상 외부 환경에도 둔감해 고온고전압에서도 안정적이다.

 

20년 리튬이온전지 시장 경쟁 심화

 

리튬이온전지는 소니, 산요, 파나소닉 등 일본기업이 2000년대 초반 시장을 주도해오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핸드폰과 노트북 시장이 발달한 한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 전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현재 모바일용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중국 비야디(BYD), 리센(Lishen)이다. 또 중국이 전기차 최대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전기차용 전지시장도 중국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밀어낸 한국기업으로선 새로운 도전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양극재인 리튬산화물에서 분리된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타고 음극재로 이동, 전자를 운반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최근까지 리튬이온전지 개발은 에너지밀도 향상과 원가 절감에 집중돼 왔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용 전지 용량 50% 증가한 반면, 원가는 30% 이상 하락했다.

 

미국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Tesla)의 대규모 배터리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 가동도 원가 경쟁 압박이다. 기가팩토리는 지난 5일부터 일부 시설이 가동에 들어갔다. 기가팩토리가 2020년 완전 가동되면 35Gwh 규모 연간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 생산시설이 된다. 전기차 50만대에 쓸 수 있는 양이다.

 

기가팩토리 역시 지름 21, 길이 70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2014년 기가팩토리 건설 결정 당시 대량생산을 통해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30% 낮추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기가팩토리 공정 진행률은 30% 정도로 알려졌다.

 

새롭게 떠오르는 2차전지 기수들, 현실적 대안은 전고체전지

 

LG경제연구원이 16일 펴낸 개발 경쟁 가속되는 차세대 2차전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개발중인 차세대 2차전지는 리튬-황 전지 리튬-공기 전지 나트륨/마그네슘 이온 전지 전고체전지 등이다.

 

리튬-황 전지는 황과 리튬을 사용해서 만드는 2차전지다.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질 수 있고 황 가격이 저렴해 제조원가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황을 쓰는 탓에 제품이 부식될 가능성이 있고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리튬-공기 전지는 양극재로 공기(산소), 음극재로 리튬을 사용한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전지 5~10배 에너지밀도를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산소를 공급해야하는 펌프가 필요해 제품 부피가 커진다. 나트륨/마그네슘 이온 전지는 리튬 대신 나트륨이나 마그네슘을 음극재로 사용한다. 바닷물에 널려있는 값싼 원재료를 쓰지만 아직까진 안전성과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 (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NEDO)가 분석한 차세대 전지 특허 출원 건수에 따르면 전고체전지 특허 건수는 3309건이다. 리튬-공기 전지는 1251, 리튬-황 전지는 494, 나트륨/마그네슘 이온전지는 474건에 그쳤다. 전지 제조업계에선 전고체전지가 차세대 2차전지로 떠오르는 셈이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서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전지다. 기존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와 음극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고체 전해질 특성상 높은 안정성과 고용량, 성형성을 자랑한다.

 

다만 전고체전지 상용화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모든 업체가 전고체전지 연구에 나섰지만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다에너지밀도 높아야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재료여야 하는 2차전지 사업 특성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정덕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차세대 전지 개발이 시장 선도와 차별화에 필수 기술로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높다현재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국내 기업들도 경쟁 구도 다변화에 대응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