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여론 뭇매, 정의선 대외활동 늘리며 광폭행보…“재계 승계 결정적 변수될 것”
국내 1, 2위 기업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3세 경영인의 행보가 엇갈렸다. 이 부회장이 부패 주역으로 여론 뭇매를 맞을 동안, 같은 3세 경영인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연이어 참가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및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특검 수사대상에 오르며 모든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19일 새벽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삼성으로선 한 숨 돌리게 됐지만 웃을 처지는 못 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당초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 일가에 지원하거나 지원을 약속한 모든 돈을 뇌물로 봤다. 이 같은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도와준 대가라는 게 특검 측 주장이다.
삼성은 줄곧 이 부회장이 지원에 대한 세부사항은 알지 못했으며 지원과 승계 간 연결고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라는 게 삼성 측 입장이었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특검은 삼성 측 주장을 뒤집는데 실패했다.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진 뒤 이 부회장은 곧바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삼성 서초사옥으로 직행했다. 삼성은 유례없는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그리고 삼성을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법리전쟁에서는 이겼지만 그룹위기는 가중됐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 부회장 위세가 바닥을 친 때 같은 3세 경영인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17~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고 19일 밝혔다. 정 부회장이 다보스포럼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정 부회장은 17일부터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다보스에서 시작된 올해 다보스포럼의 자동차 분과위원회 세션에 참석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미래운송 수단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공유하고 주요 완성차업체 CEO 및 전문가들과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도 3년 연속 전시장을 찾아 500여 국내외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5분간 유창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국내 재벌 오너가 CES 프레스 행사에서 직접 발표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포스트 정몽구 체제’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이 국제행사를 직접 챙기며 경영 역량을 과시하면서 승계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최순실 사태 직격탄을 맞은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익명을 요구한 재계 3세 경영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다. 즉, 아버지가 회장이라고 해서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는 게 말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두 그룹 모두 승계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오너 리스크는 최소화해야 한다. 정의선 부회장이 이미지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승계과정이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