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3세 경영 평판 망치는 최악 사태 면해
19일 법원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3세 리더십이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그럼에도 이번 영장 기각 결정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심판 과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나타나 청와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재벌 총수가 구속 수감된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SK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총수가 이끌던 기업은 일시적 주가 하락 외에 큰 위기를 겪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이 수감된 당시에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조정과 호황기를 겪으면서 그룹을 견인했다.
그러나 삼성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등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을 겪은 이후 과거를 청산하는 대대적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2일 열린 시무식에서 권오현 부회장은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3세대 경영으로 이동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모든 계열사가 1등을 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방침과 달리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치를 바탕으로 인수합병(M&A) 전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사인 비브랩스나 IoT(사물인터넷) 솔루션 기업 스마트싱스는 물론 최근에는 음향 등 전장 솔루션 강자인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의사결정에 있어 투명함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젊은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경영권 승계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권 실세에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가 불거지자 이런 이미지는 타격을 받을 위기에 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특검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을 더 투명하고 주주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구시대적이라고 알려진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에 의해 실리콘 밸리와 이사회에서 모두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배타적인 사업방식을 개방하고 소비가전 혁신에 대한 삼성의 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리더로 그려졌다”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시 이런 이미지가 즉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은 위기를 넘기고 특검과 본격적인 법리 다툼에 들어가게 됐다. 법원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혐의 내용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사실 상 강요를 받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구속수사는 대통령이 실세 지원에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증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이번 영장 기각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심판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10일 3차 변론기일 당시 “시간부족 사유로 입증 지연이 없도록 양측 대리인이 유념해 달라”면서 대통령 측 대리인이 증거 제시를 미루며 시간 끌기 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을 하게 되면 인사농단과 뇌물수수 등 각종 혐의에 대한 수사의 칼날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향하게 된다. 헌법 재판소는 19일 7차 변론기일을 열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소환하고 정권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에게 정부 비밀문서가 넘어간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