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브렉시트 등 탓에 일중 변동폭 평균 7.5원…올해도 외환 시장 변동폭 커질 듯

지난해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6년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에도 미국 기준 금리 인상,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 미·중간 무역 갈등 등 대외 변수가 많아 외환 변동 폭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외환 시장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브렉시트 등에 출렁였던 국내외 외환시장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일중 변동폭 평균은 7.5원(변동률 0.65%)이었다. 이는 2015년 변동폭 6.6원(0.58%)보다 0.9원 확대된 수치로 유로존 재정 위기,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변수가 있었던 2010년 9.5원 이후 가장 크다. 일중 변동폭은 하루 동안 원·달러 환율의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를 말한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컸던 이유는 대외적인 환경 변화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로 외환 변동폭이 컸던 2010년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대외적인 변수로 인한 환율 움직임이 많았다”며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불안, 브렉시트 문제, 미국 금리인상, 미국 대선 등이 주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원·달러 일중 변동폭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변동폭이 8.2원으로 가장 컸다. 1분기에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 등 변수가 있었다. 그다음으로 2분기 변동폭이 7.7원으로 컸는데 6월말 브렉시트 투표가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와 4분기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여부,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요인으로 일중 변동폭이 각각 7.2원, 7.0원으로 나타났다.

전일 대비 변동폭(종가기준)도 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 폭은 6.0원(변동률 0.51%)으로 2010년 6.9원 이후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변동 폭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6.5원으로 가장 높았고 3분기 6원, 4분기 4.9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외환시장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요 20개국(G20) 통화의 평균 전일 대비 변동률은 0.56%로 2015년(0.53%)보다 커졌다. 신흥국 중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1.02%), 러시아(0.93%), 브라질(0.87%), 멕시코(0.74%) 등의 국가는 한국보다 변동률이 높았다. 중국(0.13%), 인도(0.21%), 인도네시아(0.37%)는 한국보다 변동률이 낮았다.

◇ 올해 외환시장 불확실성 더욱 커져···한은 “극단적 상황일 때만 개입”

올해도 국내외 외환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정책의 극단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예상하기 쉽지 않은 트럼프 발언들이 환율 변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1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며 글로벌 외환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영국의 완전한 유럽탈퇴 움직임도 외환 시장에 불안요소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17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브렉시트 계획과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 단일시장 회원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했다. 이후 약세를 보이던 파운드화가 1.73% 급등했다.

국내 외환 시장도 대외 변화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달 2일부터 18일까지 13거래일 동안 평균 일중 변동폭이 8.1원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트럼프 당선인과 메이 총리 발언이 있은 지난 18일에는 원·달러 하루 변동폭이 12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은 환율 변화를 주시하면서 쏠림 현상이 과할 때에만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설명회에서 “환율에 관한 당국의 스탠스는 일관적이다. 환율은 시장에서 수급에 의해서 가격조정 기능이 이행돼야 한다”며 “다만 쏠림 현상등으로 변동성이 과다하다고 판단할 경우 효과적인 안정화 조치는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일중 변동폭이 6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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