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 10대 트렌드 발표…성감수성·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 주시해야
콘텐츠업계서도 식품업계에서나 쓰일법한 MSG라는 낱말이 뜨고 있다. ‘Making Sense of Gender’, 굳이 번역하자면 젠더감수성이 될 이 말은 최근 콘텐츠산업의 새 흐름을 절묘하게 포착하는 재치 가득한 표현이다. 이외에도 엔터테인먼트와 관광, 쇼핑을 아우르는 한류 빅텐트 전략이 뜰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중국발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2017 제1차 콘텐츠 정책포럼’을 열고 2017년 콘텐츠산업의 10대 트렌드 전망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10개 키워드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MSG라는 재치 있는 언어로 표현된 젠더코드다. 트렌드 발표를 맡은 송진 콘진원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은 “(MSG)는 젠더감수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난해 걸크러쉬, 브로맨스 등 젠더코드가 (방송·영상시장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며 “특히 게임처럼 젊은 유저(user)들이 몰리는 장르에서는 이 관심이 더 커질 거다. 이 코드를 위배하는 콘텐츠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집을 통해 “서든어택2는 섹시한 자세로 피를 흘리며 죽는 여성 캐릭터를 설정하는 등 젠더 논란을 일으키며 조기 종료됐다”고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새로 관심을 모으는 형태는 젠더스와프(gender swap)와 젠더리스(genderless) 코드다. 젠더스와프는 성 역할을 넘나드는 콘텐츠를 뜻한다. 가령 ‘수호자를 자처하는 남성 주인공 역할’ vs ‘보호받는 여성 주인공 역할’ 같은 기존 이분법을 깨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이 대표적이다. 또 젠더리스는 성과 나이의 파괴를 주된 특성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을 의미한다.
송 연구원은 “향후 젠더 감수성이 사회적·산업적으로 의미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SG 아이디어를 낸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도 행사장서 기자와 만나 “아직 상업시장에서 젠더코드는 주류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소구나 열망이 분명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점을 파고드는 게 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10대 트렌드 중 또 관심을 끈 키워드는 한류 빅텐트 전략이다. 이 계기가 된 사례가 알리바바가 연 광군제 행사다. 솽스이(雙11·독신자의 날)’ 행사로도 불리는 중국 광군제는 11월 11일을 기념해 2009년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 행사를 벌인 후 고속성장했다. 이 덕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서는 글로벌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로 자리잡았다.
광군제가 열린 지난해 11월 11일, 알리바바의 하루 매출액은 20조 6723억원에 이른다. 2014년 10조 2000억원에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대폭 성장한 수치다.
송진 연구원은 “(광군제는) 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쇼핑, 엔터테인먼트, 관광, 문화를 한데 묶는 게 빅텐트 전략”이라며 “이 움직임은 더 커질 것이다. (국내에서도) 콘텐츠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동남아시아에서 한류와 문화연계 행사를 직접 기획한 바 있는 한 문화관련 재단 관계자는 기자에게 “개별 기업이 상품만 내보내서는 행사 부스에 사람이 잘 몰리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케이팝 공연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 부스 운영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내는 게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와 업계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내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에대해 콘진원 측은 분석결과를 통해 “쇼핑관광축제에 한류행사 연계를 지원”하고 “코트라(KOTRA)와 협업해 브랜드&한류상품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제조업체의 상품과 한류인기 연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콘진원 측은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과 트럼프 당선에 따른 리스크 가능성에 대해서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언급했다.
송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 등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생겼다. 올해 더 확산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한령은 ‘그렇다더라’하는 소문이 아니라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류에 한파 경계령이 울렸다. 드라마와 케이팝을 넘어서는 새 킬러콘텐츠를 찾고 非아시아 등 진출지역을 다변화할 노력들도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태국 등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CJ E&M)하거나 아이돌 오디션 방송을 제작(키위미디어그룹)하는 등 현지화 경향이 짙어지는 점도 관심거리다.
한편 이들 키워드 외에 발표된 주요 10대 트렌드로는 ‘기술형 플랫폼 진화’, ‘아이돌 IP(지적재산권)와 K-포맷’, ‘유비쿼터스 AI, 업그레이드 VR’, ‘판타지 멜로와 정치물’, ‘1인가구와 하비 피플(Hobby People)’, ‘크라우드 콘텐츠, 팬 경제를 주도하다’, ‘모바일 생방송 콘텐츠 확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