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완화 금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는 유가 상승세에 찬물
투자 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위험 자산 선호 심리에 짓눌렸던 금 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상승하던 원유 가격은 반대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도 하락 반전했다. 미국에서 확대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금 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17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물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즈당 1215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2일 온즈당 1372.60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 12월 21일 온즈당 1133.20달러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후 이번 달 17일까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7.2% 증가했다.
금 값은 위험 선호 심리에 따라 약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됐던 자산이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 기조로 달러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 까닭이었다. 국제 시장에서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품인 금 가격은 반대로 하락한다. 더불어 경기회복과 맞물려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것도 금에 대한 수요 축소 요인으로 분석됐었다.
하지만 최근 금 값은 이러한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엔 강달러 현상, 미국 국채 수익률 등 시중 금리 상승으로 금 값이 많이 하락했다”며 “하지만 최근 강달러 현상이 주춤하면서 시장 금리가 안정화된 것이 금 값 상승 배경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시장 금리 방향, 달러 인덱스 움직임 등에 따라 금 값이 등락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달러 가치는 지난해와 달리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 6개국(유로, 일본,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3일 103.2에서 17일 100.32로 크게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가 100대로 내려 앉은 것은 지난달 7일 이후 처음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이 올해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나온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사록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유동적으로 통화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로 인해 강달러 요인이 근본적으로 흔들린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강달러 우려 발언이 겹치면서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나타내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 발언으로 미국 달러 인덱스는 장중 0.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8일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아 전날보다 7.8원 내린 1166.7원에 마감했다.
유가 역시 기존 예상과는 다르게 지지부진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전문가들은 원유 감산 합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유가 상승세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목표치인 배럴당 60달러 수준에는 쉽게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바클레이즈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보고서를 내고 올해 상반기 배럴 당 60달러까지 오르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지난해 2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54달러까지 올랐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7일 배럴당 52.48달러에 머물고 있다. 같은 날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53.68달러로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오일 생산량은 상반기 대비 5.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셰일 굴착기 작업량은 46% 늘어났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는 이러한 영향 아래 올해 900만 배럴까지 생산이 늘것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인 898만 배럴에서 102배럴 증가한 수치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유가가 더 높아지면 미국과 다른 나라의 원유 공급 증가세가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 경우 다시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