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 정비・미국 화석연료 개발 호재…글로벌 수입규제·저가경쟁은 제약 요인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이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7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제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권오준 철강협회 회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사진=뉴스1

 

강관업계에 여러 가지 호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부활 가능성을 점치긴 어렵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산업 활성화 공약을 내세우고 한국 정부도 노후 상하수도 정비에 나선다지만 국내 강관산업을 둘러싼 수입규제와 저가경쟁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키스톤 프로젝트 등 석유회사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할 것을 강조해왔다. 키스톤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채굴한 오일샌드를 미국 텍사스 멕시코만 정제시설까지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뿐만 아니라 석유석탄 개발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도 발표해왔다. 유정용 특수강을 제조하는 국내 강관제조사로선 호재다.

 

환경부는 지난 16일 올해 상하수도 분야에 국비 26325억원, 지방비 14282억원 총 4607억원을 조기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50%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강관업계에게 호재로 다가오는 건 지방 상수도 현대화사업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 사업은 오는 28년까지 국고 17880, 지방비 13082억원이 투입된다. 국내에 상수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1960년대 이후다. 환경부는 국내 상수관 18549731.4%58234, 전국 정수장 486개소 중 58.8%286개소가 20년 이상 경과됐다며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는 821억 6500만원을 들여 86개 급수장, 745상수관을 정비할 계획이다.

 

김종률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노후상수도 정비 시급성과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여 올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짝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강관 설비 가동률은 46%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수출이 급감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에서 유정용 파이프라인을 증설한다 하더라도 형편이 나아질 가능성은 요원하다. 한국무역협회 비관세장벽 포털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 태국, 캐나다, 미국, 인도 등에서 한국산 강관에 세이프가드반덤핑관세 등 수입규제에 나서고 있다. 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에너지 수출국이다. 태국은 2015년부터 자국 내 자원고갈로 에너지 안보가 과제로 부상하면서 LNG, 정유설비를 육성해왔다.

 

국내 강관업체들 대다수가 용접강관을 생산한다는 것도 문제다. 강관은 제조 방법에 따라 둘로 나뉜다. 쇠파이프를 용접으로 이어붙인 용접강관과 쇳물에 압력을 가해 구멍을 뚫는 무계목 강관으로 나뉜다.

 

무계목강관은 이음새가 없어 부식에 강하고 온도와 압력에 내성이 있다. 화학 설비, 산업기계, 자동차, 발전소, 보일러, 선박 배관, 송유관 등에 쓰인다. 무계목강관은 생산설비가 비싸고 용도가 제한적이다. 한국에서 무계목강관 제조설비를 보유한 회사는 세아그룹 계열사 세아창원특수강뿐이다.

 

반면 용접강관은 제조가 비교적 쉽고 생산성도 높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수도용 배관 및 일반 배관에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용접강관은 두께가 일정 이상이면 용접이 어렵고 용접이음새 탓에 강도가 약하다. 130여개에 이르는 국내 강관업체 대부분은 용접강관을 생산한다.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국내 강관 생산업체가 생산하는 용접강관은 품질이 비슷비슷한데다 같은 제품을 주력 생산하고 있어 저가경쟁이 심한 분야라며 이번 사업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제한된 시장을 나눠먹는 수준이라면 강관업계가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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