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날수록 주변인물 빠지고 정점만 남아…재계 “윗선 감출 수 없는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연과 조연이 가려지고 있다. 특검 수사가 한 달 가량 이어진 가운데 권력 최상부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주범으로 주목받으며 나머지 인물들은 조연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18일 서울지방법원엔 외신을 비롯한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영장실질심사(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명실상부한 주연으로 떠올랐다.

박영수 특검수사팀이 현판을 올렸을 때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재계에선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중 누가 주범으로 지목받을지 집중했다. 당시 한 검찰 특수통 관계자조차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할 가능성은 낮고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며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특검은 삼성 관계자 소환 조사 및 국민연금 등을 압수수색하며 최순실 모녀에 대한 지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시한 것이란 정황과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며 “증거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장충기 사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삼성의 대관업무를 주관하는 인물이다. 그가 국회 국정조사에 참석하지 않았을 당시 재계는 설왕설래 했다. 국내 대기업 대관 관계자는 “그가 국정조사에 나와 자신의 지시였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나머지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지시를 받아 수행한 조연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이들 중 한 명이 결국 수사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이재용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몸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며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란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헌재심판에서 대통령 지시로 최태원 SK회장 사면을 검토했다는 진술을 했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대통령 지시로 최순실에게 연설문을 전달했다고 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도 삼성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만 남고 모두 뒤로 빠져버리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사태의 특수성을 비춰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사대상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아랫사람들이 뒤집어쓴다고 해서 돌아올 것도 없고 역사에 남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며 “당연히 윗선 지시가 있었다면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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