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은행 돈 가뭄…전문가들 "관계형 금융 키우고 보증보험 지원 학대해야"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이 이뤄지는 모습. / 사진=뉴스1

중소기업들이 경기 부진에 더해 사업 자금 대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수익성에만 치우쳐 금융의 공공적 역할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소극적 대출 태도 현황과 대책, 신위탁보증제도 시행 시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 충남에 소재한 한 제조업체는 신기술 개발을 위해 최근 한 시중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 은행은 이 업체의 매출 실적이 저조하다며 대출을 거부했다. 지난해 이 업체의 매출액은 7억원이었다. 현재 이 업체는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중소기업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줄이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은행 스스로 관계형 금융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재원 확대 필요성도 주장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소폭 는 반면 2금융권 대출은 대폭 증가했다.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거나 대출 회수에 나섰다.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2배 이상 높은 2금융권에서 사업자금을 대출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현재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6조5723억원이었다. 2015년 10월보다 31.2%(18조2180억원) 늘었다. 전달보다 2%(1조4863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전년보다 6% 느는데 그쳤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보다 25%포인트 낮을 증가율이다.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에는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10월현재 저축은행의 기업자금 대출 가중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45%다. 시중은행 3%대에 비해 두배를 웃돈다.

중소기업 대출 여건은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올해 1분기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에 대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증대, 기업 영업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1분기 대출태도 지수는 -13이다. 지난해 1분기 -6보다 부정적이다. 반면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16에서 -13으로 대출태도를 완화했다.

서울에서 미용기기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은행과 금융 당국이 중소기업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회 회수하면 작살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소기업 경영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은 1분기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상환 부담 증가, 수출 부진 등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건재해야 한국 경제도 강해진다며 은행과 당국에 공공적 금융을 주문하고 있다.

오진균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 선임은 "은행들이 경기가 어려워지자 중소기업 대출을 회수하고 대출을 줄이고 있다"며 "이런 관행은 중소기업 성장을 막고 대기업 편중 구조를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은 공공적 성격이 있다. 은행은 수익 위주 영업에만 치우쳐선 안된다"며 "은행은 중소기업 신용평가 시스템을 발전시켜 관계형 금융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형 금융은 금융사가 재무·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 거래·접촉·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은 비계량적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등을 하는 방식이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중소기업이 정말 대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출을 줄여왔다"며 "다만 은행에게 위험에 처한 기업 대상 대출을 강요할 순 없다. 정부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재원을 늘려 중소기업 대출이 원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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