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후반이면 은퇴후 대부분 개인방송 진출…중졸·고졸 학력으로 직업 선택의 폭 좁아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프로게임단 SK텔레콤 T1이 우승을 차지한 모습. 프로게이머들의 삶은 화려하지만은 않다. / 사진=SK텔레콤
e스포츠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후 진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프로게이머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후 경력 관리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린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리그오브레전드(LOL), 최근엔 오버워치까지 e스포츠 리그가 계속해서 개최돼 왔다. 프로게이머들의 실력도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각종 국내외 e스포츠 대회에서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상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국내 프로게이머들은 보통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다. e스포츠 구단들은 정기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을 모집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중·고 학생들이 여기에 많이 지원한다.

이후 연습생 신분이 되면, 각 구단이 마련한 연습실에서 하루종일 게임을 연습하게 된다.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은 후, 각 구단의 내부 평가를 거쳐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된다.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일부 유명 프로게이머의 경우, 전 세계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들의 연봉 역시 억대를 넘어간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유명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지금도 각 e스포츠 구단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하는 프로게이머는 극소수다.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알린다 해도, 그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0대 중후반에 데뷔한 프로게이머들은 보통 20대 중반, 늦으면 20대 후반에 은퇴를 하게 된다. 특히 군입대 문제가 크다. 과거에는 공군에서 e스포츠 병과를 운영했지만, 이 마저도 지난 2012년 이후 폐지됐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최근엔 주로 개인방송에 출연해 수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퇴 후 진로는 코칭 스텝이나 방송계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신규 은퇴 선수가 새로이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많은 은퇴선수들이 아프리카TV, 트위치와 같은 온라인 중계 플랫폼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방송의 경우, 자극적이어야만 홍보가 되는 구조상 많은 부분에서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e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대다수가 청소년 시기에 입단한다. 고등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시점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직업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실제로 e스포츠 선수들 대부분은 중졸 또는 고졸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이른 시기에 은퇴해야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선수생활 시 겪는 애로사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으로 ‘불투명한 미래’가 뽑혔다. 전체 응답의 55%를 차지했다. 이는 선수생활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선수들은 보다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로의 진출을 꾀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태조사에서 해외 진출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9%로 나타났다. 그나마 최근 프로게이머들은 각종 협회 지원과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과거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뤄진 상태다.

과거 1세대 프로게이머들은 은퇴 후 행방이 묘연한 경우가 많다. 일부 프로게이머들은 PC방 등을 창업했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해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 스타크래프트 유명 프로게이머는 사업 실패 후 술집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것이 알려져 유저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시기의 안정적인 수입과 은퇴 이후에 지속적으로 e스포츠 관련 분야에 종사하거나 이외의 안정적인 직업에 종사 할 수 있는 경력경로의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 지원 방안 중 특히 중요한 것은 교육지원이다. 프로게이머 시작전, 일선 학교에서부터 프로게이머 생활, 이후의 진로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CJ의 경우, 대학과 협약 혹은 개개인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자사팀 주요 선수들의 대학 입학을 추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한 선수는 대학 졸업 후 CJ 그룹에 입사한 사례도 있다.

e스포츠 관계자는 “기업에서도 e스포츠를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여기며, 선수들의 처우에 대한 지원이 아직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e스포츠 종국이라는 명성에 맞게 프로게이머들의 처우와 은퇴 후 진로 설계 등에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