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상단이라 판단한 투자자 는 탓…"지수 추가 상승시 손실 불가피"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리버스마켓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는 지수가 오를대로 올랐다는 판단을 한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되레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는 손실이 늘어난다며 지수 하락에 대비한 위험회피 용도로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리버스마켓 펀드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지수나 개별 주가와 반대로 수익률이 나오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베어마켓펀드 또는 인버스 펀드라고도 한다. 연계된 지수와 개별 주가가 상승할 때는 수익률이 낮아지지만 반대로 하락할 때는 수익률이 좋아지는 것이 이 펀드 특징이다.

리버스마켓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 리버스마켓 펀드 설정액은 3조9131억원으로 한 달 전인 12월 15일 설정액 3조 516억원보다 8615억원 증가했다. 16일 하루에만 설정액이 2023억원 늘어나며 최근 자금 유입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그다지 좋지 못한 모습이다. 16일 기준 한 달간 리버스마켓 펀드 평균 수익률은 -4.68%를 나타냈다. 1주일 수익률도 -2.23%로 저조했다. 코스피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5.1% 상승한 영향이 컸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 대다수도 이 기간 전체적으로 오름세였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한국종합주가지수200 선물지수가 하락할 수록 이익이 발생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인버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은 17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이 -5.58%다. 1개월 수익률 역시 -3.28%로 저조하다. 코스피 하락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인버스상장지수(주식-파생)’도 3개월 -5.53%, 1개월 -3.27%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익률은 해외 증시나 원자재와 연계된 펀드에서도 비슷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차이나A인버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혼합-파생형)(합성)'도 중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3개월-2.69%, 1개월 수익률이 -0.01%다. 금값 하락에 따라 수익이 증가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인버스2X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합성 H)’은 3개월 수익률이 11.29%이지만 최근 금값 상승으로 인해 1개월 수익률은 -10.26%로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데는 ‘이제는 떨어질 때도 됐다’는 심리가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코스피는 2100선에 다가서면 더 오르지 못하고 속절없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박스피(boxPI·박스권과 코스피의 합성어)라는 별칭이 생겼을 정도다. 펀드 투자자들도 이에 맞춰 박스권 상단에선 인버스 펀드에 투자하고 박스권 하단에선 지수가 상승할 수록 수익률이 오르는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다만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은 “인버스 상품 설정액이 늘어난 것이 시장 전체 추세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박스권을 뚫고 상승할 수도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 대비한 헤지용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코스피가 상승세에 접어든 가운데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리버스마켓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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