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준형 모델로서 높은 가격은 걸림돌…“소형 SUV, 중형 세단 수요 가져올 것”
한국GM이 9년 만에 완전변경한 신형 크루즈를 내세워 준중형 세단 시장 흔들기에 나섰다. 한국GM은 제너럴 모터스(GM)가 개발한 가솔린 터보 엔진에 바탕을 둔 신형 크루즈 주행 성능 등을 통해 준중형 세단 절대 강자인 현대차 아반떼를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크루즈는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만년 3위를 달렸다. 지난해 크루즈는 1만857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아반떼 누적 판매량인 9만3804대의 9분의 1 수준이다. 기아차 K3 누적 판매량과 비교해도 2만8000대 부족하다.
이에 대해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대선제분 문래공장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 참석해 “경차 스파크가 기아차 모닝을 9년 만에 판매에서 이겼다”며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한 만큼 자신감을 이어가 아반떼를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GM은 지난해 총 18만275대를 판매하며 전년과 비교해 13.9%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5월 국내 출시한 중형 세단 말리부가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현대차 쏘나타 판매량을 빼앗아 온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신형 크루즈가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승용부문 최고 인기 차종이었던 아반떼 구매 수요를 가져온다면 연간 20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목표 판매량을 밝힐 수는 없지만, 우선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K3는 확실하게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크루즈는 유럽의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차세대 준중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153마력의 최대 출력과 24.5㎏·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 장착으로 효율적인 엔진 구동력 전달과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한국GM은 설명했다.
이밖에 신형 크루즈는 차체 길이가 25mm 늘면서 동급 최대 차체 길이 4665mm를 갖췄다. 이에 따라 실내공간도 15mm 커졌다. 편의 장치로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앞좌석 3단 열선 시트, 열선 내장 스티어링휠, 9개의 고성능 스피커 등이 달렸다.
다만 가격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준중형 세단이 사회 초년생이 생애 첫 번째 차로 선택하는 대표 차급인 만큼 가격은 가장 중요한 구매 고려 요소다. 그런데 신형 크루즈는 1750만~2325만원이었던 기존 모델보다 다소 비싼 1890만~2478만원으로 출시됐다.
한국GM이 경쟁모델로 지목한 아반떼 판매가격이 1410만원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 K3 엔트리 트림 판매 가격은 1395만원으로 아반떼보다 저렴하다.
한국GM 관계자는 “경쟁 모델과 일대일 비교하면 가격이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신형 크루즈가 제품 성능이 좋은 만큼 준중형 세단 시장 수요뿐만 아니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형 세단 시장 수요까지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