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에너지 밀도 2011년보다 60% 향상…“적게 싣고 오래달리기 핵심 기술”

전기차 배터리 기술 핵심이 안전성에서 밀도로 옮겨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약점인 폭발 등 화재 발생 위험에 대한 대응이 궤도에 오르면서 전기차 생산업체 간 주행거리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는 배터리 부피가 같다고 할 때 배터리에 포함된 에너지 밀도가 얼마나 높은지로 판가름난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의 최대 용량은 90kWh 내외다. 90kWh를 이상으로 배터리 장착 용량을 늘리면 주행성능이 떨어지거나 전기차 출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진다. 탄소섬유나 알루미늄을 이용해 차체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경우가 있지만, 충돌 안전성이 떨어진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생산하는 국내 대표 기업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배터리 내 에너지 밀도 끌어 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삼성SDI는 1회 충전으로 6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밀도 전기차 배터리를 공개했다. 생산가능 시기는 2021년이지만 고밀도 배터리 공개를 통해 주행거리가 핵심이 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 모습. / 사진 = LG화학


내연기관차는 가솔린이나 디젤 ℓ로 얼마나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연료 효율성이 핵심이다. 반면 전기차 시장에서는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총 주행거리가 중요하다. 동력원인 배터리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짧아 중간 충전에 나서야 할 경우 주행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2011년과 비교해 60%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에 따라 150~200㎞에 불과했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2세대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술력과 생산력에서 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9월 이미 정부가 출범한 고밀도 이차전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밀도 이차전지 개발 프로젝트 2015년 기준 150Wh/kg 수준인 전지 에너지밀도를 2배 이상 끌어올려 전기차 1회 충전만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면서 배터리 사업부문 적자 폭이 줄고 있다”면서 “올해 배터리 부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 매출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만 향후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지난 9일 공개한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셀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는 2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분리막 기술로 안전성을 확보한 SK이노베이션도 밀도 향상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들어가 단락 현상을 막아 전지의 안전성을 높이는 분리막 기술을 가진 만큼 분리막 기술을 활용해 안전한 에너지 고밀도 배터리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 세계 분리막 시장에서 26%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매년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설비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안전성을 이유로 국내 기업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배제했던 중국은 올해 7월 안전성 평가서 제출 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며 기존 국내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금지령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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