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등…전문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따른 2금융권 대출 부실 악화" 경고
제2금융권 대출의 부실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했다. 저축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은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의 LTV(담보인정비율)가 7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가능성에 따라 2금융권 대출 부실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상승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9월말 현금서비스 연체율은 2.7%로 2015년 말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8개 전업 카드사는 KB·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다.
9월말 기준 8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여신액 5조7614억원 가운데 1531억원이 1개월 이상 연체됐다.
현금서비스는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은행권 빚을 갚기 위한 돌려막기용으로도 쓰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6년 소득 하위 20%의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연평균 6.2% 늘었다. 저신용층인 7·8등급의 현금서비스 이용액도 각각 연평균 8.9%, 7.6% 증가했다.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7등급 평균 22.3%, 8등급 23.3%다.
자영업자들이 사업비 용도로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의 67%가 담보인정비율(LTV) 70%를 넘었다. 자영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으면 LTV 70% 제한을 적용 받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해 9월말 3조3996억원이었다. 이 중 LTV가 70%를 넘는 대출액은 2조2848억원(67.2%)이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공격적인 저축은행에선 LTV가 90% 이상인 자영업자 대출도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생활비 용도로도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정석 예금보험공사 팀장은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쓰임새가 사업비와 생활비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과 저축은행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은 지난 12일 '2016년 부동산시장 동향 및 2017년 주택시장 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2%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변화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 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대출규제 및 청약제도 조정 등 최근 부동산 규제정책 시행과 입주물량 증가 등이 매매시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경기도일자리재단 조사분석팀장(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국내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2금융권 대출자들의 부실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임희정 팀장은 "현재 정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자 중심으로 대책을 내놨다. 2금융권 대출 규제와 취약계층 지원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며 "부실 가능성은 취약계층 대출자가 많은 2금융권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소득 저신용자들은 은행권 대출이 안돼 현금서비스를 받는다.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며 "이들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정부가 이들의 부채를 관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