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기술 확보 못한채 양적 성장 그쳐…마이크론 인수 실패하며 사실상 답보 상태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의 써니 후이 부총재가 지난해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중 반도체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해 한창 반도체 업계를 흔들었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육성정책)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추가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결정적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년전부터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00억 달러를 소비하면서 1900억 달러를 수입해야 하는 처지의 중국으로선 반도체 자체 개발은 일종의 숙원 사업이었다.

중국의 반도체 육성책은 ‘칭화그룹’을 통해 이뤄진다. 2015년 무섭게 쏟아 부으며 나설 때만 해도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LCD 시장 사례를 예로 들며 반도체 시장도 단기간에 강자로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슬슬 기우가 되는 모양새다. 중국 반도체는 양적 팽창만 이룰 뿐 질적 성장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LCD와 달리 고난도 공정기술을 요하는 반도체 분야는 단순히 돈을 쏟아 붓는다고 발전할 수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이나 낸드와 같은 메모리는 그야말로 엄청난 공정기술의 집약체인데 이것은 수천명이 수년 간 고생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중국이 돈을 쏟아 부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과거 이미 자체 기술개발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중국정부는 2005년부터 2010년 간 5개년 계획을 통해 반도체 매출 목표를 460억 달러로 잡고 자체 육성에 나섰지만 실제 수익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개발보단 인수합병(M&A)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수합병 행보도 결국 미국 장벽에 가로 막혔다. 반도체 기업들을 사들여온 중국 칭화그룹은 지난해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시장을 3등분 하고 있는 기업이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인수하는 것은 그동안 반도체 기업들을 인수해온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온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의 마이크론 인수를 사실상 무산시켰다. 중국으로선 뼈아픈 실패였다. 해당 인수가 성사됐다면 D램 시장에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됐으나 그 이후 중국 반도체 굴기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져들었고 엉뚱하게 자국 반도체 기업 XMC를 인수하는 것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오바마 정부에 이어 트럼프 정부도 중국의 반도체 기업 인수는 물론, 미국 내 투자 자체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가 더 가시밭길이다.

궁지에 몰리자 중국은 본격적으로 한국 반도체 전문 인력을 노리기 시작했다. 메모리 공정 전문가들을 데려가면 10년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고용 조건 등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 상당 인력이 흔들렸으나 기술만 빼간 후 사실상 버림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 인력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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