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 업체가 수익 독식…게임개발 능력 뒤지는 중소형사와 갈수록 격차 벌려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 연일 화제다. 레볼루션은 엔씨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원작 PC 게임 리니지 2의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이다. 레볼루션은 지난달 14일 출시 이후 이틀 만에 양대 앱마켓 매출순위 1위에 등극했다. 이후 현재까지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출시 첫 날에는 7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 매출 예상치는 30억원이다. 이는 모바일게임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게임업계는 출시 한달만에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대 국산 모바일게임 중 한달 매출 1000억원 돌파 사례는 처음이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에 힘입어 세계 톱5 모바일게임 퍼블리셔로 등극했다. 글로벌 모바일 앱 통계 분석 사이트 앱애니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앱스토어·구글플레이 총합 글로벌 게임 회사·앱 매출 인덱스’에서 넷마블이 글로벌 퍼블리셔 5위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순위 상승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의 힘이 컸다. 레볼루션은 지난해 12월 14일 출시돼 약 보름 동안만 서비스됐음에도 앱애니가 집계한 12월 글로벌 매출 상위 게임 3위에 올랐다.
레볼루션의 흥행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대기업의 엄청난 자금력 없인 더 이상 모바일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레볼루션의 개발비는 최소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게임 출시에 맞춰 온·오프라인에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며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게임사는 현재 넥슨, 넷마블, 엔씨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모바일게임 개발사 261곳 중 30억원 이상 제작비용을 집행한 기업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모바일시장에 본격 진출한 넥슨이 매달 모바일게임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도 자금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중소 게임사로서는 매달 새로운 게임을 출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일부 게임업체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고품질의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며, 유저들은 해당 게임에 몰리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다른 중소 개발사의 게임들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매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대형 개발사들이 시장을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IP 확보를 위한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역시 중소개발사로서는 큰 부담이다. 일부 중소 개발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IP 사용권을 다른 대형업체에게 넘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게임시장은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간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지난 2015년 국내 게임시장 전체 매출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업체들이 차지한 비율은 4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 마케팅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6년 상반기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출시 모바일게임 6700여종 중 5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게임은 64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0.96%에 불과한 수치다.
하지만 모바일시장이 커지자, 넷마블을 비롯한 여러 대형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 결국 막대한 비용이 드는 RPG가 대세로 급부상하게 된다. 현재 카카오 키즈 업체들 대부분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게임을 어렵게 출시하고 있지만, 대형업체들 게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개발자 김재형(30·가명)씨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게임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형업체들의 홍보 공세를 중소업체들이 따라가긴 힘들다”고 밝혔다. 일부 중소 게임사들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대기업이 적극 진출하지 않은 시장에 먼저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장 활성화는 요원한 상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이 기록에 남을 만한 흥행을 기록한 점은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승자독식 구조는 경계해야 한다”며 “이미 PC 온라인시장은 수년간 순위 변화가 없다시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모바일게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중소 개발사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