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수출비중 50% 육박…높은 중국 의존도 탈피해야한단 지적도

11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이상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오른쪽)과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가운데), 카타카미 케이치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이 '제11차 한중일 FTA 공식 협상'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춘절을 맞아 국내 화학기업들은 연신 웃음을 짓고 있다. 원화 약세에 중국에서 재고축적 수요가 더해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국내 화학제품 중국 수출 비중은 2015년을 기준으로 절반에 이른다.

 

증권사와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4분기 국내 석유화학업계 매출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에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실적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지난해 971090.5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2281212.50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중국, 중동, 일본 등 석유화학 경쟁국이 가동률을 줄인 덕도 있었다.

 

우선 수출 단가가 크게 올랐다.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utadieneBD) 값은 지난해 말 톤당 2290달러로 연초 대비 214% 상승했다. 지난 11일 기준 톤당 2590달러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타이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천연고무 수확은 줄었다. 2016년 동남아 지역 천연고무 신규 재배면적이 역대 최저다. 이에 대체재이자 보완재인 합성고무 수요가 늘면서 원자재인 BD값도 덩달아 뛰었다. BD는 석탄분해설비(Coal to OlefinCTO)로는 생산이 불가능하지만 납사분해설비(Naphtha Cracking CenterNCC)로는 생산할 수 있다.

 

 

화학업계는 기본적으로 탄소 원자 두 개가 결합된 에틸렌과 탄소 원자 세 개가 결합된 프로필렌 등 간단한 화학구조를 가진 탄소화합물로 여러 화학원료를 만든다. 중국은 석탄분해설비(Coal to OlefinCTO)로 탄소화합물을 얻지만 한국은 납사분해설비(Naphtha Cracking CenterNCC)를 활용한다. 납사는 원유 정제 공정에서 35~220도에서 추출되는 원료로 가솔린이나 화학제품 소재로 쓰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파리기후협약, 미세먼지 등 환경을 이유로 석탄 생산을 줄였다. 경쟁자인 CTO 생산이 줄었다. NCC를 활용하는 국내 기업이 웃을 수 있는 이유다.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PVC)가격 상승세도 화학업계 전망을 밝게 한다. PVC는 건축자재 수지로 주로 파이프에 쓰인다. 11일 기준 PVC가격은 톤당 910달러, 한 달 전보다 10달러가 올랐다.

 


세계에서 PVC 생산 설비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세계 6100만톤 생산설비 중 48.4%가 중국에 몰려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환경을 이유로 석탄 생산을 감축하면서 중국 화학제품 생산도 덩달아 줄었다. 앞으로도 한국산 PVC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오는 27일부터 22일까지 7일 동안 이어지는 춘절 연휴도 국내화학기업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춘절은 한국 설과 유사하다. 연휴기간 동안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다. 수송업체도 쉬는 곳이 많다. 중국 업체들은 연휴가 다가오기 전부터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특히 화학제품 공장은 가동을 멈추기 어려운 장치산업인지라 연휴기간에 쓸 원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지연 케이프 증권 연구원은 정기 보수와 몇몇 설비 트러블이 지속되며 공급 물량이 부족했던 것을 호황 원인으로 본다중국 춘절 전 재고확충 수요가 발생하며 제품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춘절 이후에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에탄분해설비(Ethane Cracking CenterECC) 증설이 예정돼 있지만 NCC에서만 생산되는 제품 강세가 지속돼서다. ECC는 천연가스에서 에틸렌을 추출하는 설비로 NCC보다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ECC 공정으로는 BD와 모노에틸렌글리콜(Mono-Ethylene GlycolMEG)은 생산할 수 없다.

 

박연주 미래에셋연구원은 현재 재고 수준은 여전히 낮고 신규 공급확대는 제한적이라며 연휴가 지나고 나면 재고 축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중국 경기가 차츰 나아지고 있는데다 에틸렌 공급에 영향 받지 않는 제품, 특히 BD 강세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범용화학제품 위주로 자급률을 점차 늘려가서다. 특히 한국이 수출하는 석유화학제품이 범용제품이란 것도 우려를 더한다.

 

 박종우 화학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은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여왔다라며 경기 흐름을 크게 타지 않는 고부가 제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