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노렸지만 성적 신통치 않아… 이마트 소주 진출도 부담

부산‧경남을 안방으로 둔 주류기업 무학을 이끄는 최재호 회장의 전국기업 꿈은 이루어질까.

 

호시탐탐 수도권 시장을 노리며 보폭을 넓혔던 그의 지난해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이 와중에 이마트가 소주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무학은 전공이 아닌 수입맥주 시장 진출까지 선언하며 반전의 기회를 찾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3분기까지 무학의 매출액은 2001억 8000만원, 영업이익은 386억 6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매출액 4.4%, 영업이익 16.9%씩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90억원이 줄었는데 영업이익만 8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곧 발표될 4분기 성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무학의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해 같은 기간보다 15~2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탓에 지난해 1월 4만원을 넘던 무학 주가도 12일 현재 2만2000원 선까지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업계1위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도 급감했지만 원인은 맥주였다. 소주부문 영업이익은 되레 상승했다.

 

이 때문에 전국기업으로 발돋움하려던 무학의 부진이 최 회장으로선 유독 뼈아프다. 창업주 최위성 회장의 차남인 최재호(57) 무학그룹 회장은 창립기념식 등 사내 행사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목표는 글로벌 주류기업”이라며 지역소주 기업 넘어서기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상반기 부진 탓인지 2013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던 최재호 회장은 지난해 7월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1988년 1월 기획실장으로 입사한 최 회장은 2008년 무학그룹 회장에 올랐다. 2013년 이후에는 주로 좋은데이나눔재단 이사장과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장 등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최 회장의 원대한 꿈이 아직 신통한 결과를 내지 못한 까닭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수도권 시장에서 무학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 과일소주의 인기하락이다. 과일소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점은 롯데주류가 2015년 3월 내놓은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병 판매를 넘어서면서부터다.

이후 무학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대선주조 ‘시원블루’에 이어 하이트진로도 ‘자몽에 이슬’로 뛰어들며 분위기가 과열됐다. 한때 무학의 컬러시리즈는 출시 두 달 간 2500만병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탓인지 열기는 금세 식었다. 주류업계 출고자료에 따르면 2015년 4분기부터 과일소주 출고량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무학의 컬러시리즈 역시 새로운 반등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과일소주를 포함한 리큐르(liqueur) 소주 수출규모가 2014년 42만 8000병에서 2016년(1월~10월) 445만 5560병으로 급증한 대목은 호재다.

 

그럼에도 아직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결국 성패는 내수시장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영업과 마케팅 공세가 되레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학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판관비는 567억원에 달했다. 이 추세라면 2015년 판관비(716억원) 역시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판관비는 지난해 3분기 누적금액인 570억원이었다. 2015년 12월부터 ‘좋은데이’ 모델로 배우 박보영을 기용해온 무학은 지난해 11월 박씨와 재계약했다.
 

참이슬의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에 롯데주류, 좋은데이의 무학이 혈투를 펼치는 소주시장에 이제 이마트까지 뛰어들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소주코너 모습. / 사진=뉴스1

홍세종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관비율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며 “분기 60억~70억원 내외로 통제하면 이익증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2015년부터 수도권 공략을 위해 인력 채용을 늘리고, 판촉을 본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마케팅비가 크게 늘어났다”고 비용증대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총성을 울린 까닭에 무학이 판관비를 급작스레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업 도약의 성패가 수도권 시장에 달린 만큼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계속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이마트가 지난해 연말 무학, 보해양조와 같은 지역기반 소주업체인 ‘제주소주’ 인수를 확정지으며 주류시장에 안착했다. 이마트는 인수확정 직후인 지난달 13일부터 영업‧마케팅, 인사‧재무, R&D 등 분야에서 40여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히며 몸집 불리기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줬다.

제주소주의 2015년 당기순손실액이 32억원에 달하지만 자본력과 전국에 판매채널을 갖춘 이마트가 본격투자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소주가) 당장 하이트진로를 위협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3위권 이하 업체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무학이 몇 년 안에 이마트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대목은 무학이 이마트가 속한 신세계그룹과 지난해에 주류 PB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무학과 신세계는 한쪽에서는 협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무학도 무기를 늘릴 태세다. 무학은 지난해 10월 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변경해 사업목적에 주류 수입 및 판매사업을 추가했다. 수입맥주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얘기다. 그간 소주와 매실주 등을 생산‧취급해온 무학이 라인업을 늘리게 됐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맥주 수입이 늘면 외형 증가와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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