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기은상 CK미니밴 출고 1년만에 감가율 43%…신차 판매에 악영향
가격과 비교해 우수한 성능을 뜻하는 이른바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경상용차 시장 흔들기에 나섰던 중국차가 판매 시작 1년 만에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북기은상에서 생산한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이 중고차 시장에서 1년만에 40% 넘는 감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감가율은 신차 판매량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신차 출고 가격에 비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말은 뒤집어 신차 구매자가 그만큼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출시 초기 성장세가 올해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월식인 북기은상 CK미니밴이 올해 1월 기준 중고차 시장에서 6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CK미니밴 신차 판매가격이 114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43% 넘게 가격이 내려갔다.
CK미니트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생산해 주행거리가 1800㎞에 불과한 CK미니트럭 중고차 거래 가격은 750만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판매가격 1085만원에 견줘 6개월 만에 31%가 떨어진 셈이다.
출고 1년 전후인 수입차 평균 감가율이 25~3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북기은상 경상용차 신차 구매자가 겪어야 하는 금전적 피해는 최소 10%포인트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차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산차 평균 감가율은 출고된 지 1년 이후에도 10% 수준에 머문다.
문제는 북기은상이 처음부터 한국GM 경상용차 라보와 다마스의 대체 차종을 목표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데 있다. 한국GM 다마스와 라보는 특별한 모델 변경 없이 20년 넘게 판매되고 있지만, 중고차 가격 방어에선 중국 경상용차보다 앞설 수 밖에 없다.
출고 가격이 988만원인 한국GM 다마스의 1년 이후 감가율은 평균 22% 수준이다. 영업용 트럭으로 활용되는 한국GM 라보는 신차 출고 3년이 지나도 감가율이 45%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전문업체인 SK엔카 관계자는 “수요가 적고 수리·점검비가 많이 드는 수입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하락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차가 경쟁차종보다 안전편의장치가 많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상용차 주요 구매층이 자영업자라는 것도 북기은상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 판매 증가에 부정적이다. 차량을 영업용으로 활용하는 자영업자가 구매 이후 중고 판매 없이 폐차까지 이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달업에 쓰기 위해 CK미니밴을 구매한 조진호(29) 씨는 “자세제어장치 등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가격이 저렴하고 평이 좋아 구매했는데 중고차 시장 거래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되파는 게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108대가 팔리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던 북기은상 경상용차가 하반기 들어 판매 둔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기은상 경상용차를 수입·판매하는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CK미니밴, CK미니트럭을 합한 판매량은 500대 정도”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초기 중고차 감가율은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중국차는 차량 가치 하락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면서 “국내 진출 1년째를 맞은 중국차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는 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한자동차는 중고차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차량 정비 사업소 등을 확장해 판매 증가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픽업트럭과 미니밴 등의 판매 대수가 많지 않지만, SUV가 들어오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미 전국에 35개 대리점을 낸 상태이며, 정비 사업소도 72곳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