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존 이자 4~5배 연체 이자는 과도…이자 부담 줄여 연체 수렁서 빠져 나오게"
#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2010년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5억3700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했다. 사업이 어려워져 2015년 8월6일부터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고 연체했다. 김씨는 2015년 11월24일 연체 이자를 갚으러 은행에 갔다가 당황했다. 이자가 896만원이 나왔다. 은행이 대출에 대한 약정이자율 3.11%에 연체 가산금리 8%를 더한 연 11.11%를 대출금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과도한 연체이자율로 취약계층 부실이 커질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은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은행권 연체이자율은 기존 정상이자(3∼5%)에 연체 가산금리(연체기간에 따라 7∼10%)를 더해 산정한다. 연 11~15%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연체이자율 산정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연 11~15%에 달하는 연체이자율이 적정한지 따져보고 낮출 여력이 있을 경우 조정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전망에 따라 취약계층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12일 '2016년 부동산시장 동향 및 2017년 주택시장 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2%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변화 가능성이 높아 주택시장의 매수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대출규제 및 청약제도 조정 등 최근 부동산 규제정책 시행과 입주물량 증가 등이 매매시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연체이자율은 취약계층 부실화를 부추긴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인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금융위 계획에 부담을 토로했다. 연체이자율을 낮추면 은행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이자율에는 연체에 대한 벌칙의 성격이 있다"며 "연체이자율을 낮추면 누가 돈을 빨리 갚으려고 하겠는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연체이자율 하향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 연체이자율이 과도하게 높아 취약계층 어려움과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연 3% 이자를 못냈다고 연 15% 연체이자를 내라고 한다. 기존 이자의 4~5배를 연체이자로 내라는 것은 과하다"며 "연체에 따른 충담금 적립 등 연체로 인한 은행 발생 비용을 고려해도 지나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은 한번 연체하면 과도한 연체이자율 때문에 연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며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집을 경매로 뺏기는 채무자들이 늘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연체이자율 상한선을 10% 내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연체이자율에는 연체금리 연 7~10%만 붙이도록 한정해야 한다. 기존 금리 3~5%는 제외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채무자들의 이자부담이 줄어 연체의 수렁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다. 가계부채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명수 주빌리은행 상담사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 가운데 월급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 비용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카드빚을 지기도 한다. 카드빚을 갚으려고 결국 대부업체까지 간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의지를 갖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이자율 하향을 추진하고 있다. 연체자가 원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기간도 유예하려 한다"며 "은행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이 제도들이 은행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