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참치 150g 7.9% 인상…소비자는 설상가상
김과 함께 밥상친구의 쌍두마차인 참치캔 가격이 8% 가까이 올랐다. 라면에 참치를 곁들여먹는 소비자들도 당분간은 레시피를 바꿔야할 듯싶다. 소주 안주로 참치 계란말이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더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소주 1병을 5000원에 내놓는 식당이 나타나고 AI(조류인플루엔자)로 계란값도 폭등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양배추‧당근 등 농산물 가격도 올랐다.
12일 참치의 대명사로 유명한 동원F&B가 오는 31일부터 참치캔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대상은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를 포함한 살코기 및 가미캔 제품 18종이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50g’은 기존 2390원에서 2580원으로 무려 7.9%나 인상됐다. 식당이나 가정에서 요리용으로 가장 익숙하게 쓰이는 참치 제품이다.
‘동원마일드참치 210g’도 2390원에서 2480원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인상폭(3.8%)은 라이트스탠다드 제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원F&B는 올리브유 참치, 포도씨유 참치 등 ‘고급유참치’와 동원라면참치, 비빔참치 등 ‘파우치 타입 제품’은 가격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날 동원F&B는 관련 보도자료 제목으로 전체 제품 인상의 평균치 ‘5.1% 인상’을 내세웠다. ‘사실상’ 8% 인상결정을 ‘통계상’ 5% 인상안으로 둔갑시켜 눈속임을 한 셈이다.
동원F&B 측은 원가 상승 압력을 인상안의 주된 논리로 내세웠다.
동원F&B 관계자는 “지속적인 참치원어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올랐다”며 “그 동안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등 비상경영 실시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원 F&B 측은 그 근거로 2015년 상반기 평균 131만2000원/MT였던 가다랑어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평균 173만1000원/MT으로 약 31.9% 올랐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가장 최근(2016년 12월 27일 기준)에는 어가가 195만6000원/MT까지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치캔까지 인상대열에 합류하면서 장바구니 물가는 거침없이 상승세를 타게 됐다. 앞서 지난 한해 동안 농심,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롯데제과,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SPC그룹 등 유력 식품업체들은 연이어 가격인상안을 내놨었다. 이에 따라 라면, 과자, 맥주, 콜라, 빵 가격이 연이어 올랐다.
여기에 정부가 이달 1일부터 소주 빈병 보증금은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인상하면서 이 틈을 타 주요 소매점과 식당에서 소주가격을 4500~5000원으로 올리는 꼼수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당국은 보증금 인상분은 결국 돌려받는 금액이라 실질적인 물가 인상이 아닌데도 판매가를 올리고 있다며 제동을 걸어놓은 상태다.
식용유도 올랐다. 식용유 주요 산지에서 발생한 홍수로 수급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제조업체가 약7~9%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또 AI(조류인플루엔자) 탓에 30개짜리 계란 특란 중품 가격이 1만원 안팎으로 뛰어오르면서 함박스테이크 등에서도 계란이 자취를 감췄다. 이에 14일 인천공항에는 사상처음으로 미국산 계란 164만개가 반입된다.
한 식자재전문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단가가 맞을 지부터 걱정이다. 현재 국산이 300원 안팎인데 수입산이 얼마나 가격경쟁력을 갖출지 의문”이라며 “외식업체들이 과연 이걸 받아줄지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주요 농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 포기 5500원 안팎이던 양배추는 이미 평년보다 2배 이상 폭등했다. 당근은 1kg 기준으로 2배 이상 올라 60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기준 설 성수품 및 생필품에 해당하는 27개 품목의 물가는 1년 전에 평균 9.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