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혐의 입증 자신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한다.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규철 특검보는 11일 브리핑을 통해 "이 부회장은 12일 오전 9시 30분에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피의자로 출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도움을 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 조사 후 관련자들에 대해 일괄 사법처리를 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최씨 소유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했다. 계약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승마유망주를 지원하는 명목이었다. 계약 후 삼성은 코레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하고 최씨 딸 정유라씨가 탈 말을 구입해주는 등 43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사실상 지원금은 최씨 측이 전용했다. 승마훈련 지원 명목 외에도 최씨가 조카 장시호씨와 함께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원을 후원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2015년 7월 구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강력한 반대를 뚫고 합병안을 겨우 통과시켰다. 당시는 삼성 총수일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병비율이 거센 비판에 휘말린 바 있다. 국민연금은 합병안 찬성 결정 훨씬 이전부터 이 같은 합병비율이 산정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씨 지원이 삼성물산 합병 지원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복지부 장관으로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한 문형표 전 장관은 구속됐다. 삼성의 최순실 지원에 대한 삼성 수뇌부에 대한 조사도 앞서 이뤄졌다. 지난 9일에는 각각 그룹 서열 2~3위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삼성 측은 최씨 지원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승마 유망주' 등에 대한 지원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입장이다. 특히 이 부회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이다. 특검에서 조사를 받은 삼성 수뇌부들은 최씨 측에 대한 지원 내역 등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6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문제가 된 후에 미래전략실로부터 보고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의 최대 수혜자이고 독대를 앞두고 마련된 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 합병 관련 내용이 있는 만큼 독대 당시 이에 대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더욱이 장시호씨가 지난 5일 특검팀에 제출한 새로운 태블릿PC에는 삼성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는 것도 이 같은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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