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연동 등 시너지효과로 가입자 급증…현장 비토정서는 부담

국내 음원사이트 1위 멜론의 주인이 카카오로 바뀐 지 1년이 지났다. 멜론은 활짝 웃었다. 카카오와 ID 연동 등 다양한 시너지 전략이 효과를 내서다. 그 사이 음원업계가 공룡틈바구니로 변모했다는 점은 변수지만 역시 1위를 지키리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현장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비토 정서가 커지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1월 11일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의 최대주주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와 2대 주주 SK플래닛이 보유 중인 로엔 주식 1932만 2346주(76.4%)를 1조8743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도 컸지만 IT기업의 음원시장 진출로도 관심거리가 됐다. 로엔의 핵심 캐시카우(cash cow)가 바로 국내 정상의 음원사이트 멜론(melon)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로엔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97억원이다. 이중 디지털음원 이익이 557억원에 달한다. 인기가수 아이유 등을 통해 얻는 음반부문 이익은 40억원에 불과하다.

카카오 품에 안긴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료가입자 수 급증이다. 매각 전이던 2015년말 멜론 유료가입자 수는 355만명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3월에 가격인상이 있던 걸 감안하면 도드라진 성장세다.

가장 큰 동력은 카카오와의 ID 연동이다. 멜론은 지난해 9월부터 개편된 모바일 멜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카오계정 로그인’ 기능을 전격 도입했다. 이 개편 덕에 이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이용자는 별도 회원 가입 없이 멜론의 음원, 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11일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 76.4%를 1조 8743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음원사이트 1위 멜론도 카카오 품에 안겼다. 지난 1년 간 멜론은 카카오 효과 덕에 크게 웃었다.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증가세를 보면 효과가 단적으로 나타난다. 멜론 유료가입자 수는 2분기에서 3분기 사이 5만명이 늘었다. 그런데 ID 연동이 시작된 10월 한 달 동안에만 10만명이 증가했다. ID연동 이후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이 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포털 Daum 웹사이트와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카카오 관련 채널에 멜론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4200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멜론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금시장인 셈이다. 지난해 가을 기자에게 멜론에 대해 “음악에 집중해 가는 건데 음악 하나로는 다른 플랫폼 사용자들까지 흡수하는 건 무리”라고 평했던 한 전문가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러다보니 시장점유율 1위도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는 형국이다. 현재 국내 음원업계 시장점유율은 멜론(57%), KT뮤직(21%), 벅스(10%), 엠넷(6%) 순이다. 코리안클릭이 지난해 3분기 집계한 UV(Unique Visitor) 수치에서도 멜론(603만명)이 KT뮤직의 지니(199만명)와 엠넷닷컴(124만명)을 압도한다.

이에 더해 올해는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더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0일 전격 발표된 카카오톡 프로필뮤직과의 연동은 정유년 올해 내내 막대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제욱 로엔엔터테인먼트 멜론사업 부문장은 “앞으로 카카오와 협력을 통해 멜론 회원에게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사이에 국내 음원업계가 공룡틈바구니가 됐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CJ E&M은 점유율 4위권인 엠넷닷컴을 물적분할해 CJ디지털뮤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8월 5일 새벽에는 애플뮤직이 국내에 깜짝상륙했다. 여기에 업계 2위 KT뮤직도 지난 한해 지니(genie)의 이용 건수가 64억건을 넘겼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멜론이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1위 아성은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아이유 등 제작에도 나설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케이윌, 여자친구, 방탄소년단, 어반자카파, 박효신 등의 앨범 유통사업에도 나섰다. 그만큼 확보한 콘텐츠가 많다는 얘기다. 음원 플랫폼과 음원유통, 제작 등을 겸한 일종의 수직계열화다.

세계적인 공룡 애플을 등에 업은 애플뮤직은 국내서 멜론 등 대형 음원유통사와 협상에 실패해 결국 몇몇 연예기획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제공 음원수가 크게 부족하게 됐다.

경쟁업체의 가격공세도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내 샵 검색과의 연결을 통해 트래픽이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중위권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시도로 재편 움직임을 보이나 멜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멜론의 이와 같은 수직계열화가 음악현장에서 멜론에 대한 비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카카오 등에까지 업혔으니 현장의 반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멜론이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강화하면 할수록 반감이 커지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인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음반유통을 겸하는 게) 반칙이다. 마치 애플뮤직이 제작과 유통을 모두 하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미국에서 그렇게 하면 ‘좀 치사하다’ ‘상도의에 위배된다’ 그런 평가를 받을텐데 (그들은) 버젓이 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