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변전소·건물·가정 인터넷으로 연결…원격 모니터링과 제어 가능해져
사물인터넷은 물리적 세계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돼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에는 사물의 대상이 데스크탑이나 스마트폰을 넘어 TV, 냉장고, 카메라, 온도조절기, 조명, 간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구현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핵심 기능은 원격 점검과 감지다. 사물인터넷은 운영자가 생산 환경을 원격에서 모니터할 수 있게 해주며, 원격 제어도 가능케 한다. 에너지산업에서도 사물인터넷은 유용하게 쓰인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각 기기별 실시간 전력소비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으며, 석유·가스탐사 장비를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아울러 장비 성능 유지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에너지기업들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장비의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가의 에너지 장비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는 것은 물론, 기상이변 등에도 파괴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해 발생 가능한 장비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상치 못했던 고장 및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에너지분야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물인터넷은 스마트미터다. 스마트미터는 전력회사와 양방향으로 통신할 수 있는 디지털 계량기로 가구 및 건물의 전력 소비를 실시간에 가깝게 확인할 수 있다. 전력회사는 스마트미터를 통해 수동으로 계량기를 검침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정전발생 지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운영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미국 신재생 분야 컨설팅 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4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억4000만대의 스마트미터가 보급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억대의 전기계량기가 존재하는 가운데 약 30%가 스마트미터로 교체된 상황이다.
2009년까지는 유럽,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 위주로 스마트미터 설치가 이뤄졌으나, 2010년부터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스마트 미터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BNEF는 2018년까지 전 세계 계량기의 약 절반 가량이 스마트미터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활용에서도 사물인터넷의 가치는 돋보인다. 풍력단지는 주로 원격지에 위치해 있고 높은 신뢰성을 필요로 한다. 출력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풍력터빈이 바람 방향과 속도에 따라 조정될 필요가 있다. 만약 터빈 에 있는 블레이드(blade)의 각도가 최적화돼 있지 않다면, 그 터빈의 출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발전과 달리 기상 상태에 따라 출력이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고, 예측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센서다. 일부 업체들은 풍력 터빈에 센서를 부착하고 진동, 온도, 바람속도 등의 데이터를 받는다. 해당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기상에 따라 블레이드 각도를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석유·가스산업도 사물인터넷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다.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시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거나 제어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해당 유정에서 얼마만큼의 자원 생산이 가능한 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사물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보안 문제다. 사물인터넷이 해킹당할 경우 그 피해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예를 들어 데이터 위·변조를 통해 전력계통 운영을 방해하거나 과금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각종 센서 등으로 수천만개의 연결접점이 발생하는 사물인터넷 특성상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사물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새로운 시장 진출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업과 개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적으로 기술 성능 및 안전성 인증,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등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박찬국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엔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전부였지만, 최근엔 발전소, 변전소, 송배전망 등에도 인터넷이 연결되기 시작했다”며 “이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 사전 유지보수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에너지산업에서 사물인터넷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민간기업 참여촉진을 위한 정책 신뢰 제고, 미래 수요 인력양성 등이 필요하다”며 “에너지산업 지능화를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