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센터도 없이 시승 시간도 회사 편의대로…수입차·현대기아차와 대조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3개사가 운영하는 시승차가 고객 편의 제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신차 시승 시간이 5분에 그치는가 하면 시승 신청을 완료하고 판매 대리점을 찾아도 담당자는 물론 시승차 구비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이 시승차 운용을 판매 대리점에 위임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판매 대리점 영업직원은 개인 판단에 따라 시승 시간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승센터를 별도 운영하거나 고객용 시승차를 전시장마다 구비해 두고 있는 수입차 판매 딜러사와 대조된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하는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3개사는 시승센터를 별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가 내려준 시승차를 대리점이 알아서 상황에 맞게 운영하라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9개, 22개의 시승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은 제조사 차원의 시승차 제공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차량 판매 형식이 여타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달리 대리점제, 딜러사 체제 등을 모두 활용하는 탓에 일괄적인 방식이 없다”면서 “운영 지점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옷도 입어보고 사고 신발도 신어보고 사지만, 정작 자동차는 타보지 못한채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GM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트랙스 구매를 위해 시승 신청을 했던 김모(31) 씨는 시승 가능 시간이 5분이라는 말에 신청한 시승을 취소했다. 김 씨는 “5분 동안 차를 몰아서 뭘 경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제조사에서 제공한 시승차가 적어 판매 영업직원 차량이 시승차에 활용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쌍용차 홈페이지에서 시승을 예약하고 소형 SUV 티볼리 시승에 나섰던 신모(29) 씨는 막상 판매 대리점에 도착하니 담당자는 물론 시승차도 갖춰져 있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 씨는 “급한 일이 생겨 이동을 해야 하니 다음에 방문해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시승에 활용할 수 있는 차량을 일정 부분 제공하지만, 모든 지역에 시승차를 구비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영업직원 개인이 자신의 차량을 활용해 고객관리에 나서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승 고객에 대한 차별도 발생하고 있다. 시승 신청에 앞서 시승 차량에 대한 구매 예정 시기를 선택하고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매 예정 시기 선택을 6개월 이내로 했을 때와 1년 이내 혹은 1년 이내로 했을 때 시승 시간이나 시승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실제로 한국GM에서 신형 트랙스 차량 구매 예정 시기를 1년 이상으로 선택하자 시승 요청에 배정된 담당 영업직원은 “해당 차량 시승용 신차가 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GM 관계자는 “신형 트랙스 시승차는 지역 거점 대리점을 중심으로 이미 모두 보급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생산과 판매를 별도로 운영하는 대리점 체제에서 고객 편의가 배제된 시승차 운행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시승차 운행에 필요한 유류비와 사고 발생 처리 등에 대한 위험 부담을 모두 영업직원 개인에게 지우는 구조”라며 “살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차량을 내어줄 영업직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