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앞서간 일본 은행 벤치마킹…건강·여행·재무설계 등 특화 서비스 제공

한 시중은행에서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들이 금융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시중은행이 고령층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은행권은 고령화 사회에 맞춰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시니어층이 금융사기에 쉽게 노출돼 있어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 금융사 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미래설계 포유(for you)'를 출시했다.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을 위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신한은행은 이 앱을 통해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금융과 비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은퇴자를 위한 '라이프 플랫폼'을 확대한다. 신한은행은 특히 큰 글씨체, 손쉬운 화면 이동 등으로 앱을 제작했다.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은퇴자들을 고려한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골든라이프 뱅킹'을 출시했다. 시니어 전용 모바일 플랫폼이다. 이용 빈도가 높은 조회, 이체 메뉴를 전면에 배치하고 화면 글씨체를 확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박경진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차장은 "상대적으로 모바일 환경이 낯선 시니어 고객이 간편하게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문화·여행 등 시니어 선호 분야 업체와 제휴하여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액티브 시니어를 상대로 '웰리치(We’ll Rich)100 은퇴설계 솔루션'을 만들었다. 부동산과 세무, 자산관리, 노후관리 등 4대 분야를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해당 인력을 기존 799명에서 지난해 11월 1368명으로 확대했다.

KEB하나은행도 '1Q은퇴설계'를 개발했다. 은퇴 후 생활비 인출설계가 특화된 서비스다. 1Q은퇴설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목돈 등 5층 구조를 활용한 필요자금 준비 계획을 고객이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또 하나은행은 다음달 말 '은퇴준비 2060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일본 금융권은 이미 저성장 시대에 맞춰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에 국내 은행도 일본 금융권럼 시니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사기 위험에 대처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일본 금융권, 고령화 타게팅 서비스 성공…서두르는 국내 금융권에 '금융사기 대처 필요' 지적


50대 이상 고객은 은행권에서 여전히 '큰 손'으로 통한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에도 익숙하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국내 은행들이 시니어 그룹에 집중하는 것은 은행 수익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 금융권에서 이미 퍼진 상태다. 일본 금융권은 이미 저성장 시대에 맞춰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시니어 고객을 잡는 것이 저성장시대에는 수익 창출 해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5년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은행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일본 가계금융자산 1684조엔(1경8730조원) 중 70% 이상을 60세 이상 세대주가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시니어 층은 스마트폰 사용에도 익숙했다. 일본 시니어 고객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규모(72.5%)가 20대(67.3%), 30대(68.5%)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본 은행들이 시니어 고객을 겨냥해 금융앱을 개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본 금융권은 또 시니어 고객이 여유 자금을 통해 여행을 즐기고 건강한 노후를 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에 일본 금융권이 형성한 시니어 고객 시장 규모는 지난해말까지 100조엔(1112조원) 규모로 커졌다. 

 

우리나라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국내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656만9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13.2%를 차지했다. 2010년(536만 명)보다 22.5%나 급증했다. 전체 인구 중 40대와 50대 인구는 1649만2000명이다. 전체 규모의 33.2%다.

국내 은행은 이에 일본 금융권처럼 건강, 미용, 공연, 여행 등 시니어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 고객 맞춤형 정보를 앱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에서 간편 조회와 이체 등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여행, 쇼핑, 건강 등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미래설계 포유' 앱에서 여행, 건강, 일자리, 반려동물 정보, 문화행사 초청 등을 제공한다.

다만 보이스피싱 등 고령층을 노리는 금융사기가 고도화되면서 시니어층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금융사기 피해 비중은 피싱사기가 전체 사기에서 14.6%, 대출사기가 9.9%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니어 층 이상은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사기범이 유·무선전화로 대출을 권유하는 등에도 쉽게 속는 경우가 있다"며 "모바일로는 한두 번 터치하면서 사기를 당할 수 있다. 금융사고 예방에 은행권의 준비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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