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기 회복과 더불어 통화 정책 변화에 연동하는 투자 해야"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시장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분위기에 인기를 끌었던 국채 투자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반대로 경기 회복에 우선 반응하는 선진국 주식 자산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채권 관련 상품 중에서는 뱅크론(bank loan), 하이일드(High yield) 펀드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 기준 금리 인상 기조가 보다 강한 색채를 띄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4일(이하 현지 시각)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올해 3회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달 4일 발표된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고 완전 고용상태에 이르렀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빠르게 단행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로 인해 채권보다는 주식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상대적으로 채권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관련 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디플레이션 자산인 채권 투자자에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이로인해 채권이 아닌 반대쪽 자산인 주식 등에 글로벌 자금흐름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채권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5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2.37%로 지난해 9월 1.59%보다 78bp(basis point, 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국고채 5년물도 10월 1.42%에서 이달 6일 1.79%로 37bp 올랐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하는 채권의 기대수익률은 올라가 가치가 상승한다. 반대로 기존 저금리에서 찍은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이에 따라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해외 채권형 펀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0.65%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이 가시화 됐던 한 달 기준 수익률도 1.07%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채권형 펀드도 3개월 평균 수익률 -0.45%, 한 달 평균 수익률 0.42%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1년 수익률이 국내 채권 1.47%, 해외 채권형은 5.81%인 것을 감안하면 추세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주식 자산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좋게 나오고 있다. 이달 6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0.36%다. 기간을 한 달로 줄이면 5.98%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전체 평균 수익률은 0.2%로 저조했지만 북미, 유럽, 신흥 유럽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유럽과 북미 주식형 펀드는 3개월 수익률이 각각 5.64%, 4.22%였고 신흥 유럽 주식형 펀드는 12.12%를 기록했다.
다만 채권 중에서도 뱅크론, 하이일드 펀드는 향후 금리 인상 및 경기 회복 수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뱅크론 펀드는 금융기관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BBB-미만)에 제공하는 변동금리부 선순위 담보대출에 투자하는 펀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밴크론 펀드 벤치마크 금리 중 하나인 리보금리가 올라가서 이자 수익이 더 커지는 장점이 있다. 대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나면 손실이 날 수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이런 위험도 줄어든다.
하이일드 펀드도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수익성이 높아진다. 다만 하이일드 펀드는 뱅크론과 달리 선순위 담보가 잡혀있지 않고 듀레이션(채권의 가중평균 상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수익 변동성이 크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시장 금리 상승세가 매섭다. 더불어 경기 회복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상승 기조는 장기적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과 연동하는 뱅크론 펀드가 각광받으로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채권 가격 하락에 투자하는 채권 인버스 ETF, 금융주 펀드도 금리 인상 시기에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