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왕좌 탈환, 랜드로버·렉서스 첫 ‘1만대 클럽’ 진입…올해 화두는 '폴크스바겐 리콜'

그래픽=김태길 미술기자

반전은 없었다. 2015년까지 쾌속질주하던 수입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급제동했다. 폴크스바겐·아우디는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을 수습하느라 새 차를 팔지 못했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공세도 공고하던 수입차 아성에 실금을 냈다.

업황은 부진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는 웃었다. 벤츠는 신형 E클래스 인기에 힘입어 2003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BMW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실적 1위를 차지했다. 랜드로버와 렉서스는 폴크스바겐이 주춤한 틈에 1만대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식어버린 디젤차 인기는 가솔린차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 역성장한 수입차 시장…벤츠 웃고 BMW 주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 감소한 22만5279대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수입차 판매량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09년 이후 7년만이다.

뜨겁던 수입차 시장을 얼린 건 아우디·폴크스바겐이다. BMW, 벤츠와 함께 수입차 시장 4강 체제를 구축했던 아우디·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인증취소·판매중단 처분 탓에 판매량이 추락했다. 아우디·폴크스바겐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48.6%, 63.2% 감소한 1만6718대, 1만3178대를 기록했다.

7년을 이어 온 국내 수입차시장 BMW 독주체제는 막을 내렸다.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는 벤츠가 차지했다. 신형 E클래스를 앞세운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세 앞에 그동안 쌓아온 BMW의 입지는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벤츠는 총 5만6343대를 판매했다. 2003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첫 판매 1위를 기록했다. BMW는 4만845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왕좌에서 내려왔다. 2015년에는 BMW(4만7877대)가 벤츠(4만6994대)를 가까스로 제치며 수입차 1위 자리를 지켜냈었다.

지난해 벤츠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준 건 지난해 중순 출시된 신형 E클래스다. 벤츠는 지난 6월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한 이후 BMW와의 판매격차를 매달 벌렸다. 신형 E클래스는 7~9월 연속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카에 오르기도 했다.

◇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랜드로버는 SUV로 반등

‘클린 디젤’ 열풍을 주도했던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무너져 내리자, 수입 디젤차 시장 전체가 요동쳤다.

2015년 수입차 연료별 판매량은 ▲디젤 16만7925대(68.8%) ▲가솔린 6만5722대(26.9%) ▲하이브리드 9786대(4.0%) ▲전기 467대(0.2%)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디젤 판매비중이 떨어지며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이 올라갔다. 지난해 수입차 연료별 판매량은 ▲디젤 13만2279대(58.7%) ▲가솔린 7만6284대(33.9%) ▲하이브리드 1만6259대(7.2%), 전기 457대(0.2%) 순으로 집계됐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엠버 리미티드 에디션. / 사진=랜드로버 코리아
디젤시장이 주춤하자 렉서스가 덕을 봤다. 렉서스는 디젤모델을 단 한 대도 팔고 있지 않다. 전 판매 라인업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ES300h는 월 평균 600대 가까이 팔려나가며 지난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누적판매량 3위를 차지했다. 이 덕에 렉서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33.2% 증가한 1만594대를 판매했다.

랜드로버는 디젤차 역풍을 피해갔다. 주력차량이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올해 내놓은 신차인기가 대단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판매되면서 고급 SUV 시장을 선도했다. 월 평균 판매량은 약 300대다.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레인지로버 라인업 역시 준수한 판매량을 보였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여성 고객 구매율이 40%에 육박하면서, 수입 SUV계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SUV 선전 속에서 지난해 랜드로버는 전년 대비 47.8% 증가한 1만601대를 판매했다. 랜드로버가 연 판매량 1만대 고지를 밟은 것은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최초다.

◇ 정유년 반등, 브랜드 신뢰도 회복이 관건

수입차 업계는 올해 반등을 준비 중이다. 믿는 건 ‘새 얼굴’이다. 무엇보다 왕좌 재탈환을 노리는 BMW와 지키려는 벤츠 간의 신차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BMW는 내년에 야심작 5시리즈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BMW 5시리즈는 국내 수입차시장의 최대 기대주로 꼽힌다. BMW 520d는 지난해 7910대가 팔려나가며,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이 되기도 했다. 신형 모델이 출시된다면 판매량이 1만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벤츠는 E클래스에 신형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불었던 E클래스 열풍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가겠다는 셈법이다. SUV 라인업도 강화한다. 미드사이즈 SUV 쿠페인 '더 뉴 GLC 쿠페'를 선보여 총 7종의 SUV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입차시장은 전년에 비해 소폭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폴크스바겐 리콜절차다. 수입차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아우디·폴크스바겐이 재인증절차와 리콜을 완수한 뒤 다시 시장에 뛰어들 경우 수입차 전체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는 “2016년 수입차 시장은 폴크스바겐 사태로 인한 디젤차의 판매부진과 일부 모델의 인증취소에 따른 판매중단으로 인해 2015년 대비 감소했다”며 “내년에는 활발한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고 폴크스바겐 사태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시장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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