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규모 해마다 줄어…이공계·IT 전공자 채용은 늘려 인문·사회계는 '이중고'
올해 은행 공개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마다 인건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권은 IT와 이공계 채용이 지난해보다 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우리·하나·IBK기업은행 등 국내 대표 은행들은 신입직원 1030명을 채용했다. 이는 전년(1915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은행별 신입공채 선발인원을 보면 신한은행 300명, 국민은행 240명, 기업은행 190명, 우리은행 150명, 하나은행 150명 순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비교해 신입공채 선발인원을 가장 크게 줄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350명 줄었다. 이어 기업은행 235명, 국민은행 180명, 신한은행은 70명, 우리은행 50명 순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이익을 확보하기 어렵고 저성장이 길어질 것으로 보여 영업 환경이 좋지 못하다"며 "가계대출도 규제가 심해지면 줄 것으로 보인다. 부실 기업 발생 비중도 커지고 있어 은행 입장에선 불필요한 데 나가는 돈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선 올해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비대면 거래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인터넷전문은행이 올해부터 기존 은행권과 고객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점을 운영하고 인건비를 들여야하는 은행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경쟁을 인터넷전문은행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주원 농협금융지주 팀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는데 은행도 얼마든지 인건비가 들지 않는 비대면 거래를 늘릴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이 성공할지 여부를 보고 성공한다면 은행권도 비대면 거래를 확대할 것이다. 앞으로 5년 후 금융 시장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필요성도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조정하기 쉬운 점포 갯수를 줄이고 있다. 지점 등 자산을 매각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비대면 거래 증가도 지점을 통폐합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한, 국민, 우리, 하나, 기업은행 지점(출장소 포함) 수는 4900여개다. 전년보다 2.8% 줄었다. 영업점 통폐합을 통해 은행 지점이 줄었다. 올해 또한 은행마다 지점을 줄일 계획이다. 신한은 30여곳을 축소할 방침이다. 국민 40여곳, 우리 30여곳, 하나 50여곳 등을 줄일 계획이다. 기업은행도 김도진 행장이 취임사에서 불필요한 지점 통폐합을 전달한 상태로 올해 지점 통폐합이 진행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마다 IT 인력 채용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 등 5개 은행 중 IT 전공자 채용 규모는 전체 중 25%를 넘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일반직 신입 행원 150명 중 30.7%를 이공계와 IT 전공자로 채웠다. 전년(21%)보다 더 늘렸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공채 신입 행원 중 30%를 이공계와 IT 전공자로 뽑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핀테크와 스마트금융이 중요해지는 만큼 IT 인력이 필요하다"며 "신입 행원 채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