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식 로비단체 모색 비판…"환골탈태 의지 없다면 즉각 해산" 촉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검토 중인 자체 개혁안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이름만 바꾸는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현재 전경련은 미국 경제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을 벤치마킹하는 쇄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전경련이 어떤 형식으로든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이름만 바꾸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환골탈태할 의지·능력이 없다면 더 이상 쇄신 논의를 진행하지 말고 즉각 해산 절차를 밟아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비판의 배경에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성격에 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정부정책 결정과정에 기업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2년 설립된 미국 대기업 이익단체이다. 이 단체는 로비활동이 합법화된 미국 내에서도 로비자금 지출 규모가 10위권에 드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모델은 재벌의 로비단체로서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며 "전경련을 해체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로비스트법과 같은 전제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계를 대변하는 기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정경유착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재계에선 전경련 개혁안으로 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보수적인 싱크탱크로의 전환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는 지난달 6일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구본무 LG 회장과 여야 의원들이 건의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전경련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로비단체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는 안을 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은 책임이 있는 이승철 상근부회장 등 내부자들이 쇄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된 쇄신안을 내놓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자 한다면 현 회장단이 즉각 사퇴하고 사회적 신망을 받는 외부 인사들의 주축이 돼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경련의 이 같은 자체 개혁안은 회원사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의견수렴을 위해 전경련이 마련한 회의에는 10대 그룹 대다수가 불참했다. 전경련은 쇄신안 논의를 위해 오는 12일 회장단 회의 소집을 예고했으나 주요 그룹들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와중에 회원사들의 탈퇴는 계속되고 있다. 삼성과 SK 총수가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를 약속한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LG가 주요 재벌 그룹 중 처음으로 탈퇴서를 제출했다. 같은 달 KT도 탈퇴 의사를 전경련 사무국에 전달했다. 삼성과 SK도 조만간 탈퇴서를 제출하고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탈퇴서를 이미 냈고 민간 금융회사들도 탈퇴를 고심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원사들의 탈퇴가 이어지는 현실에서 해체에 준하는 환골탈태를 전제로 명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경련 조직의 영속적 유지를 목적으로 계속 꼼수를 부린다면 결국 해산절차를 밟아 청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