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 가장 큰 요인…"성장 동력 부재 우려 해소가 관건"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백화점 관련 유통주가 연말연시 소비 대목에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투심이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더불어 중국의 금한령(禁韓令) 분위기, 김영란법 시행 등도 이들 종목에 악재로 다가왔다. 다만 면세사업 진출, 점포 출점 등 매출 증가 가능성은 향후 주가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통주가 절망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 5일 현대백화점 주가는 10만2500원으로 지난해 3월 25일 종가 14만7500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달 4일에는 10만1000원으로 사상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3월 9일 23만2500원에서 이날 17만3000원으로 25.5% 떨어지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두 종목을 포함한 코스피 유통업종 지수도 지난해 2월 2일 연중 최고점인 517.69에서 이달 5일 439.05로 15.1% 하락하며 침체를 드러냈다.

내수 부진 우려가 투심을 짓누른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소비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전월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94.2와 같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가계 소비 등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백화점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유커(遊客·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도 주가 하락에 한 몫했다. 이른바 금한령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유커를 암암리에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5일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여유국은 6개월 동안 '불합리한 저가여행’을 중점적으로 관리·정비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특히 상하이(上海)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정부가 여행사에 내년 4월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수를 전년보다 20% 줄이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여파도 백화점 등 유통주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 요소가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물용 상품들은 명절, 연말연시 등 대목에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고가의 선물 상품들이 잘 팔렸다”며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5만원 이하의 저가 상품이나 소포장 형태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판매 상품 단가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와 더불어 유통업체들의 실제 수익성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1년 15.51%이었지만 2015년말 기준 7.2%로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추정으로도 8%을 밑돈 것으로 분석된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이익창출능력 지표로 숫자가 낮을 수록 이익 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신세계도 최근 5년간 평균 ROE가 10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통 업체들이 면세점 사업, 점포 확장 등으로 외연 확대에 힘쓰고 있는 점은 향후 주가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소비 침체 탓에 최근 유통업체들에 대한 성장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는 것을 사실이다”며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유통업체들이 최근 면세점 사업 확장, 스타필드 등 점포 출점 등으로 향후 이익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경쟁 심화에 따른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데 결국 실적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것이 향후 주가에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소비 침체 탓에 백화점 등 유통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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