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은 부정적…한국 수출 산업엔 긍정 효과
달러 강세가 지속하면서 그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져 국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오히려 원화 약세로 국내 수출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현상에 따라 자산별 투자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같다.
달러 강세 현상이 꺾이지 않고 있다. 주요 6개국(유로, 일본,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0월 5일 96.11에서 이달 5일 102.7로 치솟았다. 기간을 늘려 지난해 5월 92.62와 비교하면 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동시에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9월 달러당 1090.50원에서 1200원선으로 올라 섰으며 5일에는 다소 떨어져 1186.30원으로 마감됐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데는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 영향이 크다.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하자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채권 매입 등으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통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달러 가치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완화 기조가 약해지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짙어졌다.
이에 따라 강달러가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일각에선 달러 강세 현상은 한국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 진단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머물 유인이 줄어드는 까닭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시장에 투자하게 되는데 달러 가치가 높아지게 되면 투자 회수 비용이 늘어난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추세적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 판단하면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3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 하자 신흥국 펀드에서 6월 한달 간 283억달러(약 33조원)가 빠져나간 바 있다.
반대로 달러 강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수출 기업에겐 호재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무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출 상장사 비중이 많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한다. 역사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인 상승이 둔화할 때 국내 증시가 상승 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초강세는 아직 위협적 리스크는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보다 원화 약세를 통한 환산 이익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거시적으로도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국가의 기초 체력이 개선됐고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수출 경기 회복이 달러 강세 우려감을 상쇄 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달러 강세로 무역 경쟁국인 일본 엔화 환율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부각된다. 한국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아 환율 효과를 보기 위해선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중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한 나라는 일본으로 수출경합도가 58.8에 이른다. 수출상품구조가 절반 이상 비슷하다는 의미다. 실제 원·엔 환율은 11월초까지만 하더라도 100엔당 1100원대였지만 5일 기준 1023.16원으로 내려 앉아 엔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달러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자산별 기대 수익률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채권보다는 주식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달러 강세로 투자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증시가 기대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