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민연금 찬성 결정 관련 청와대 관계자 줄소환…삼성 최순실 특혜 지원 의혹도 화력 높여
삼성그룹 뇌물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로 수사의 칼끝을 모아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윗선으로 빠르게 수사를 확대하면서 삼성의 최순실씨 특혜 의혹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5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 의혹과 관련해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합병이 합리적 판단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저는 그런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 지원 의혹 수사는 청와대 개입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다. 사실상 특검 수사가 박 대통령 턱밑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구속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복지부 간부가 특검에서 잇달아 복지부 개입 사실을 시인하자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는 당초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바 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배경에 박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 기업을 상대로 한 자금 요구에 앞장선 안종범 전 수석은 수 차례 특검에 불려 나왔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당시 고용복지수석이었던 최원영 전 수석도 지난 3일 불러 조사했다.
국민연금 찬성 결정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며 특검팀은 이제 삼성의 최순실씨 특혜 지원 의혹에 화력을 더할 방침이다. 삼성은 최씨의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가량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80억원가량을 지원했다. 또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도 후원했다.
특검팀은 삼성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지원 배경에 대한 추궁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 사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지난 3일엔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장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으로부터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요청을 받고 삼성전자를 통해 돈을 건넸다. 이 상무는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이었다.
이들을 시작으로 삼성 관계자들의 줄소환도 임박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 등 최씨 지원에 개입한 관련자들이 줄줄이 불려 나와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승마협회장으로 2015년 7월 직접 독일로 건너가 코레스포츠와의 컨설팅 계약을 맺은 인물이다. 장 사장은 삼성그룹의 대관업무를 총괄하며 최씨 지원 작업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삼성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삼성은 최씨 지원 배경에 대해 "박 대통령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014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이재용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협회 등에 대한 지원을 압박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 같은 지원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피해자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