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편 후 전력 사용량 증가폭 미미…이상기온에 따른 위기 가능성은 대비해야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민이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며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12년만에 전면 개편됐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일자, 정부가 개편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할인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함으로써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 누진제 개편에도 전력 수급은 안정적이라는 결론이 나온 때문이다. 오히려 이상기온에 따른 전력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은 기상관측 사상 최고의 이상 폭염을 기록했다. 덕분에 에어컨 사용 시간이 급증하며 전기요금 부담에 대한 걱정이 전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정부는 급기야 전기요금 개편을 시작하고 지난해 12월 13일 주택용 누진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적용된 신규 누진제에서는 기존의 1~2단계, 3~4단계 및 5~6단계가 각각 하나로 합쳐지면서 누진단계가 3단계로 축소됐다. 최저 단계와 최고 단계의 전력량요금 차이도 기존 11.7배에서 3배로 줄어들었다.

누진제 개편 전과 개편 후의 전기요금 변화를 분석해보면, 250~300kWh 구간을 제외하고 누진제 완화로 전기요금 부담이 전체적으로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한 달에 250~30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기요금의 변화가 없었으나, 200kWh 이하를 사용하는 가구에서는 전력량요금이 상승했음에도 불구 정부의 월정액 4000원 보조 지급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경감됐다. 월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개편 전후의 전기요금 경감률(할인율)은 12.4%로 7800원 가량이 인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누진제 완화로 전력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전력 소비 증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진제 개편안이 최종 확정·도입된 이후에도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이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집계한 전력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6일 일별 피크시간대 평균 전력예비율은 19.73%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안을 담은 한국전력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최종 인가한 지난 해 12월 13일 이후에도 꾸준한 상황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평균 전력 소비의 증가세는 2010년대 들어 농사용을 제외한 모든 용도에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용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0~2011년 4.7%에서 2011~2015년 0.8%로 낮아졌다. 총전력의 증가율도 같은기간 6.0%에서 1.5%로 낮아진 상태다. 이러한 최근 증가세 둔화 추세와 주택용이 총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2015년 기준 13.6%)이 크지 않음을 고려하면 누진제 완화가 총전력 소비의 수급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대(피크)전력은 평균 전력 소비와 달리 과거의 증가세를 유지하며 빠르게 증가해왔다. 하지만, 퇴근 이후 시간대에 소비가 집중되는 주택용 전력 소비의 특성상 누진제 완화가 최대전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전력은 여름철에는 주로 오후 3시경, 겨울철에는 주로 오전 11시경에 자주 발생한다. 과거에는 여름철 피크가 겨울철보다 높았으나, 2009년 이후로는 연간 최대피크 발생 시기가 겨울철로 이동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피크전력은 2.0% 미만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피크전력이 증가해도 전력 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의 전력 공급 예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전 설비의 증가로 2011~2013년 5%대에서 2014년 이후 11%대로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여름의 경우 이상폭염 지속으로 최대전력이 8518만kWh(8월 12일 기준)를 기록하며 7차 전력수급계획 전망치 (8067kWh)를 상회했으나, 당시 공급 예비율은 8.5%로 과거 대비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누진제보다는 이상기온 등에 따른 전력 수요 변동성 확대에 대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기요금 효과보다는 오히려 기온이 전력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주장이다.

월간 주택용 냉난방용 전력 소비량은 냉난방도일이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4% 내외, 기온에 따라서는 10%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에는 기록적인 이상폭염으로 냉방도일이 전년 동월 대비 21.0% 증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에도 기온변화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상기온 효과와 누진제 인하 효과가 겹쳐질 경우 최대전력이 예상보다 크게 상승할 수 있다”며 “전력당국은 이상폭염이나 이상한파에 따른 전력 수요 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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