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과 사업자금 용도 대출…경기 악화로 상환 어려워

사진은 시민이 한 시중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산층의 가계부채도 양질 모두 나빠졌다.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 비용 부담도 늘었다. 중산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소득이 높지 않고 저소득층에 집중된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소득 3분위 가구 중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부채는 5912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다. 증가율이 소득 분위별 가구 중 가장 높다. 전체 가구의 금융부채 평균 증가율은 7.8%다. 3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3989만원이다.

3분위 가구 중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 비율도 전체 가구에서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늘었다. 다른 소득 분위별 가구는 전년보다 줄었다.

문제는 3분위 가구의 빚이 처분가능 소득이나 저축액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3분위 가구의 처분가능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16년 118.6%로 전년보다 13.5%포인트 늘었다. 소득 분위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3분위 가구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78.5%로 지난해보다 10.6%포인트 증가했다. 역시 전체 소득 분위 중 최고의 증가율이다.

중산층 상당수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부채를 늘렸다.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일으킨 가구들의 대출 용도는 거주주택 마련이 40.3%로 가장 많았다. 이 비율은 전년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사업자금 마련이 21.1%로 뒤를 이었다. 전년 보다 2.4%포인트 줄었다.

중산층의 부채는 양 뿐 아니라 질도 악화했다. 중신용자들 대부업체 대출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4~6 신용등급자들의 대부업 이용 비중이 23.3%로 2014년말보다 1.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31만여명에서 36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유순덕 주빌리은행 상담팀장은 "중산층이 빚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빌리은행에서 채무상담을 받는 건수가 많다"며 "이들은 대부분 주택 마련과 사업 자금 용도로 빚을 졌다. 이후 돈을 갚지 못해 대부업체까지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은 소득이 많지도 않고 기초수급자 처럼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실제 주택마련 비용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최근 10년내 두 번째로 높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22% 올랐다. 최근 10년내 2015년(5.5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이정하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원은 "상담하러 온 중산층들은 집을 사기 위해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했다가 경기가 어려워져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 저축은행, 대부업체로 찾아간다"고 말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정내라 비서는 "중산층과 중신용자들이 경기가 나쁘고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기존 빚을 갚지 못해 대부업체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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