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새해 업무보고…피해자 입증 책임도 대폭 경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017년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조물 결함에 따른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이와 맞물려 피해자의 입증책임도 대폭 경감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2017년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정책과제를 보고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현재 하도급법과 대리점법에 적용되고 있다.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후속조치로 올해 제조물책임법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조사가 제품 성분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면서도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등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이와 동시에 제품 결함에 대한 피해자의 입증 책임도 경감된다. 그동안 피해자가 손해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 결함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했다.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제품 결함으로 간주하게 된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경고 효과가 생겨 사업자들이 더욱 조심하고 법을 위반하지 않는 등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의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업체들의 과실이 드러나며 본격화됐다. 야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모두 도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는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징벌적 배상법안이 있다. 박 의원 안은 '타인에 대한 의도적인 손해 발생 행위'에 대해 징벌적 배상책임을 부과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일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며 외국 사례에 비춰보면 매우 빈약한 실정"이라며 "현행 손해배상제도 한계를 극복하고 다수 피해자에 대한 권리구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 발의안은 징벌적 배상액을 하도급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마찬가지로 전보배상(실제 피해 배상)액의 3배 이내로 하도록 했다. 또 원활한 증거조사를 위해 법원 직권으로 집행권 없이 재산명시와 재산조회가 가능하도록 했다. 배상액은 재판부가 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소송 비용 경감을 위해 인지대 상한선을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지난해 11월엔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표발의했다. 금 의원 안은 대기업과 이에 준하는 외국 법인에 한정해 타인의 신체나 생명에 피해를 준 경우 배상액을 최대 '매출의 3%'로 하도록 하고 있다. 금 의원은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할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위법행위를 해 손해를 가한 경우 피해자에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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