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경고·1억 과태료 부과…농협은행 "관행으로 굳어진 사안"

NH농협은행이 거래처 예금잔액을 부풀려주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하다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 사진=시사저널e

금융감독원은 NH농협은행이 거래처 예금잔액을 부풀려주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했다며 기관경고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미 다른 은행에서도 관행처럼 해온 일"이라고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5일 금융감독원은 NH농협은행이 예금잔액증명서를 부당 발급하고 고객들에게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갈아타도록 유도해 기관경고와 과태료 1억670만원을 지난 4일 부과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9개 영업점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건설사 등 49개 거래처에 예금잔액 증명서를 변칙적으로 발급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들은 입찰에 참여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농협은행을 거래은행으로 둔 건설사들은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 받을 때 담보가 없는 예금으로 위장하기 위해 담보가 없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변칙적 발급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건설사는 거래처 자금력을 부풀릴 수 있었다. 

 

농협은행은 기업이 요구한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하기 직전 담보권을 해지해주고 증명서 발급 후 담보권을 다시 설정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혜택을 줬다. 

은행법 제34조와 은행업감독규정 제91조2항은 '은행 임직원은 변칙적·비정상적인 방법 등을 통해 거래처의 자금력 위장 등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일반 은행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라며 "모든 은행이 해온 일을 마치 농협만 한 것처럼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선 잘못했다고 인정한다. 다만 지점에서 기업 고객이 원한다는 데 안 해줄 지점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시장에서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보통 거래 은행 지점에 가서 예금잔액증명서를 부탁할 때 담보권 해지가 필요할 경우 관행적으로 은행에 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점 은행은 실적과 고객 관리 등을 고려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담보권을 해지하고 증명서를 발급해준 뒤 다시 담보권을 설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그렇게 이야기 하겠지만 다른 은행들은 이를 막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다른 은행들에선 이와 관련된 건수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은행에서 이런 일을 해왔다는 점은 일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런 사례가 많았던 것을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은행에서 (농협은행처럼) 이렇게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농협은행이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농협은행 측과 위원들에게 관련 설명을 했고, 농협은행 측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명서 담보 해지 관련 외에도 농협은행은 39개 영업점에서 2012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보험계약자 42명에게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이를 통해 수입보험료 14억700만원, 은행 수수료 수입 4600만원을 벌었다.

보험업법에서는 기존 보험 계약이 소멸한 뒤 1개월 전후로 보장 내용 등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청약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농협은행 종합검사에서 위와 같은 위법 사실을 적발하고 과태료 1억670만원과 기관경고를 부과했다. 농협은행이 은행업무와 관련해 기관경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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