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엔 배터리 충전도 답답… 테슬라 모델S, 2013년 도로 장애물 충돌로 배터리 화재도

전기차 동력원(原)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과 충격에 약하다. 태생적 약점이다. 전기차 핵심이 배터리인 만큼 이에 대한 불신은 전기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붙는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에서 각각 전원 꺼짐과 배터리 폭발 사건이 발생한 것도 소비자 불신을 가중시킨다. 가까운 미래에 이를 완벽히 해결할 방법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토요타 프리우스, 쉐보레 볼트, 테슬라 모델S와 올해 출시 예정인 모델3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BMW 최초 전기차인 i3와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EQ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를 싣는다. 이렇듯 리튬이온 배터리는 모든 전기차에 달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은 1996년 처음으로 양산형 전기차 EV1을 선보였다. 그리고 EV1은 2003년 단종됐다. EV1 생산 사유는 배터리다. 출시 당시 EV1는 납축전지를 탑재했다. 이 납축전지는 배터리가 소모된 상태로 오래 두면 쉽게 망가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GM은 1999년부터 내놓은 모델부터 2세대 배터리인 니켈망간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 역시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메모리가 문제였다. 배터리 잔량이 남은 상태에서 충전하면 배터리가 망가졌다. 이 같은 기술 한계로 EV1 주행거리는 점점 줄었다. GM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당시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EV1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당시에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있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할 수 없었다. 2006년 테슬라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로드스터를 내놨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의 시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에 약하다. 특히, 추위에 무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속 이온은 액체 상태인 전해질 통해서 움직인다. 액상인 전해질은 외부 온도가 떨어지면 점도가 올라가 저항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 저항 탓에 전기차 출력이 약화된다고 설명한다. 
 

테슬라 모델S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발열 폭발 위험도 있다. 테슬라 모델S는 파나소닉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5000~6000개를 이어 붙인 제품을 장착한다. 이 배터리는 지난해 파나소닉 노트북 리콜 사건의 주범이다. 파나소닉은 발열 폭발 위험을 이유로 지난해 노트북 배터리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지만 화재나 폭발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출력이 떨어지지만 충전이 빠르고 주행거리가 길며 가벼워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메탈 배터리보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길고 출력이 높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길다. 최근 나온 고효율 리튬이온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최대 500㎞ 주행할 수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영상 주인공은 테슬라 모델S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추위에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세우는 빠른 충전도 추위 앞에서는 그 장점을 잃는다. 
노르웨이에 사는 테슬라 모델S 차주는 유튜브에 배터리 관련 영상을 올렸다. 촬영 시 외부 온도 영하 18도, 차 내부 온도는 영하 10도였다. 모델S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가 낮으면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 충전 단자가 공급하는 전력이 배터리 가열에 쓰이는 탓이다. 모델S와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배터리 잔량이 37㎞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더라도 20㎞ 정도만 달릴 수 있다고 알린다. 이 역시 ‘너무 차가운 배터리’가 원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에도 약하다. 2013년에는 모델S가 도로 장애물에 충돌해 배터리가 타버리는 사고도 있었다. 모델S는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깔아서 노면 상황에 배터리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저장 가능 전기 용량은 늘리고 크기는 줄인 콤팩트형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옛날에 검증된 모델을 사용한다. 옛날 모델은 콤팩트형보다 전기 저장 용량이 작은 대신에 위험도는 낮다. 최근 양산되는 콤팩트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폭발할 위험이 더 높다. 이에 더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충격을 막아주는 보호막을 이중 삼중으로 씌웠다. 

온도 제어 장치도 도입했다. 이는 냉각수(水)를 돌리는 원리를 차용했다. 맹 교수는 “전기차는 노트북에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5000~6000개 연결해서 쓴다. 배터리 수가 많다 보니 각각의 배터리 특성이 균일하지가 않다”라며 “수천개의 배터리를 다 관리할 수 없어 배터리에 냉각 장치를 집어넣어 온도를 관리한다. 컴퓨터를 통해서 어느 배터리에 열이 많이 나는지 모니터링하면 과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추위에 대한 해결책은 없다. 강용묵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는 “5~10년 안에 나올 차세대 배터리도 지금의 배터리와 구동 원리가 같다. 액상이나 고체 전해질을 통해서 이온이 왔다 갔다 하면서 충전 방전이 일어난다”라며 “배터리 구동 원리가 변하지 않는 탓에 (추위에 약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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