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NEW 맞대결로 올 흥행경쟁 막 올려…6개사 블록버스터 줄줄이 대기

CJ E&M이 올해 첫 작품으로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공조의 한 장면.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시작된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이야기의 줄기로 삼는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0년대 내내 4강체제로 표현되던 영화투자배급업계가 정유년에는 드라마 제목처럼 ‘육룡이 나르샤’ 구도로 변모했다. CJ E&M과 쇼박스의 1위 경쟁이 여전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야심찬 블록버스터로 반전을 노리는 NEW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칼을 갈고 있다. 단숨에 6룡에 진입한 워너브러더스와 20세기폭스도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지난 두해동안 영화산업계 태풍의 눈은 쇼박스였다. 그간 1위를 수성해온 CJ E&M의 간담도 서늘해졌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쇼박스는 지난해 9편의 한국영화로 2921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영화 1편당 평균 324만명을 불러 모았다. 압도적인 1위다.(관련기사: 쇼박스, CJ 밀어내고 배급 시장 1위 승승장구)

지난해 초부터 쇼박스의 날개짓은 도드라졌다. 2월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971만명으로 지난해 관객순위 2위에 자리했다. 터널(712만명)과 럭키(697만명)도 비상했다.

CJ E&M은 16편의 한국영화로 3000만명을 조금 넘는 관객을 모았다. 전체 관객수는 쇼박스를 앞섰지만 배급한 숫자 자체의 차이 때문에 사실상 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중견 영화제작자는 기자에게 “과거 쇼박스도 사업을 다각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지금은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편수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서 최근 성적이 좋다”고 전했다.

실제 쇼박스는 매해 10~13편 안팎의 영화만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른바 내실경영이다. 지난 2년간의 성적 덕에 영화투자배급업계 1위경쟁의 최전선에는 쇼박스와 CJ E&M이 서게 됐다.

새해 초부터 1위 경쟁은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급 규모면에서 단연 첫 번째 용이라 불릴 만한 CJ E&M은 18일 현빈과 유해진 주연의 영화 ‘공조’를 내놓는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시작된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이야기의 줄기로 삼는다. 특수부대 북한형사(현빈)와 생계형 남한형사(유해진)의 팀플레이를 그린 영화다.

특히 지난해 11월 CJ E&M이 인수한 JK필름의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JK필름이 CJ의 옷을 입은 채 내놓는 첫 작품인 셈이다. 그간 JK필름은 CJ E&M과 함께 ‘국제시장’(1426만명)과 ‘히말라야’(775만명)을 내놨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CJ E&M의 영화부문은) 투자 손실 리스크는 여전하다. 개별 작품의 손익분기점 관리가 중요할 전망”이라며 “다만 달라지는 부문은 (JK필름을 인수해) 제작 부문에 대한 강화 및 현업 인력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대감의 첫 시금석이 바로 영화 공조다.

이외에도 CJ E&M의 올해 라인업을 살피면 절치부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베테랑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단연 눈길을 끈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모두 나온다. 김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남한산성’도 관심작이다. 이병헌과 김윤석, 박해일이 출연한다. 이 두 영화의 제작비만 합쳐도 400억원이 넘는다.

내실면에서 첫 번째 용을 자처할 수 있는 쇼박스는 올해도 상대적으로 적은 영화를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작품들이라는 평가다. 우선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택시운전사’가 눈길을 끈다. 1980년 광주 민주화항쟁을 취재하러 가는 독일기자를 태운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다. 이외에도 최민식 주연의 ‘특별시민’도 쇼박스 옷을 입고 나온다.

CJ E&M과 쇼박스에 다소 뒤지지만 6룡에 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NEW와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칼을 갈고 있다.
 

공조와 같은 18일 개봉하는 NEW의 더킹. 이 영화는 최근 국정농단 정국과 절묘하게 내용이 맞물려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 사진=NEW

지난해 유일한 1000만 영화(부산행)를 내놓은 NEW는 막상 한해 성적표에 울상을 지었다. 영화 1편당 100만명을 조금 넘는 관객동원력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산행 흥행마저 없었더라면 정말 초라한 수준의 라인업이었다는 의미​라고 한마디로 갈음했다.

 

그런 NEW가 CJ E&M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영화 공조 개봉일과 같은 18일 ‘더킹’을 개봉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메인 홍보 슬로건은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이다. 마치 최근의 국정농단 정국을 떠올리게 한다. 조인성과 정우성이 출연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가장 싫어했던 영화로도 잘 알려진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 복귀작 ‘강철비’도 NEW의 배급작이다. 영화 변호인 역시 NEW가 투자배급을 맡았었다. 강철비는 웹툰 스틸 레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김정일 사후 북한 전직 정찰총국요원 엄철우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6룡 탈락 위기에서 ‘덕혜옹주’ 덕에 가까스로 되살아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300억 원대 제작비가 들어가는 야심작 ‘신과함께’를 드디어 내놓는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신과 함께는 국내 최초로 2부작이 동시에 제작되는 영화다.

새로 6룡에 진입한 외자배급사 20세기폭스코리아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라인업도 눈길을 끈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곡성’과 ‘밀정’으로 묵은 4강체제라 불리던 한국영화 판도에 파란을 일으켰다.

최재원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대표는 한 언론에 나와 “누군가 판을 흔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견고한 4강 체제에 균열을 일으켜 창작자 중심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때마침 최 대표는 6룡의 한 축인 NEW의 대표를 지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2월 이병헌‧공효진 주연의 영화 싱글라이더를 내놓는다. 이 영화는 2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든 중‧저예산 작품이다. 또 영화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V.I.P도 지난해 10월부터 촬영 중이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측은 “VIP는 국정원, 경찰·검찰을 넘어 미 CIA, 북 보안성까지 이야기 및 배경이 폭넓게 확장되면서 전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세기폭스코리아는 이정재와 여진구가 출연하는 영화 대립군을 내놓는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군역을 대신하는 대립군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6룡 투자배급사들 상당수는 한국영화 외에도 할리우드 인기작품들을 수입해 배급해왔다. 하지만 결국 성패는 한국영화 흥행성적표에서 갈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영화연구자는 “영화수입은 (배급사 입장에서) 안전한 비즈니스”라며 “결국 배급사 크레딧이 붙는 국내영화 투자배급으로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화려한 블록버스터로 가득 찬 한국영화가 6룡의 우열을 가릴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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