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은 필요 없다"…1억원 넘나드는 럭셔리 전기스포츠카 출격 준비

전기자동차는 ‘착한 차’의 대명사가 됐다. 검은 매연을 내뿜지 않는 무공해 자동차에, 한번 충전으로 수백km를 달린다고 하니 나쁜 점을 찾기 어렵다. 충전소만 확보되면 대중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전기자 모델 외형도 전기차에 대한 환상을 고착시켰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아반떼 체급과 같은 준중형이며, 올해 출시되는 한국GM 볼트(Bolt)는 소형차다. 르노삼성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나같이 작고 귀엽다.

그러나 완성차사가 바라보는 미래 전기차의 모습은 결코 ‘착하지’ 만은 않다. 각사들은 몸값은 비싸고, 연비는 떨어져도 속도는 빠르며, 작은 몸체 대신 크고 화려한 외관을 갖춘 전기차 출시를 앞 다퉈 준비 중에 있다.

◇ 상위 5% 겨냥한 전기차 출시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위해 보조금을 얹어주고 있다. 즉, 조금이라도 몸값이 내려가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분석이 앞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은 경제력이 큰 이른바 ‘상위 5%’ 소비층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럭셔리카 브랜드 대명사인 포르쉐는 값비싼 전기차 모델을 만드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포르쉐가 준비 중인 전기차 미션E다. 포르쉐는 미션E 생산시설 건립과 개발비에만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가 개발중인 전기차 미션E. / 사진=포르쉐코리아

지난 2015년 프랑크프르트모터쇼에 공개된 미션E 콘셉트 모델은 최고 600마력 힘을 지녔다. 가속 후 100㎞/h 도달 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 포르쉐 대표 스포츠카인 911 제로백(4.2초)보다 빠르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최장 500㎞다.

지난달 4일 울리버 블루메 포르쉐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자동차전문지 오토모빌보헤를 통해 미션E의 첫해 판매목표를 2만대로 못 박았다. 그는 “미션E 목표 판매량을 달성해 전기차 비중을 포르쉐 전체 판매의 1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팔려나간 전기차 대수가 1만대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2만대는 결코 작은 목표가 아니다. 심지어 미션E는 몸값만 10만 달러(약 1억118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션E 2만대가 팔린다면 산술적으로 2조236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전시된 BMW i8 플러그인하이브리드. / 사진=박성의 기자
BMW 역시 몸값 높은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자동차 매체 오토카는 지난해 6월 23일(현지시각) BMW가 현재 i8 순수 전기차 개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MW i8은 하이브리드 전기모터와 1.5리터 직렬 3기통 가솔린 엔진을 함께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1억9850만원으로, 유명 랩퍼인 도끼 등이 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 전기차 모델이 출시된다면 가격은 2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오빠차부터 사장님차까지”…전기차 스펙트럼 넓어진다

포드는 4일(현지시각) 앞으로 5년간 머스탱 하이브리드, 트랜짓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7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는 전기차를 포함한 신(新) 라인업 개발을 위해 2020년까지 약 5조4000억원(45억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고성능 차량을 전기차로 탈바꿈 시킨다는 계획이다.

머스탱 하이브리드는 2020년 북미 판매부터 시작되며, 트랜짓 커스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019년 유럽 판매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소형 SUV 전기차는 2020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행거리는 480㎞(300마일) 이상이 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포드는 또 보다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손쉬운 전기 충전방법을 연구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가 선보인 무선 충전기술을 전기차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시험할 예정이다.

마크 필즈 포드 CEO는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 이유는 향후 15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가솔린차 점유율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거"이라며 "전기차에 대한 고객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포드는 다양한 전기차종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보인 현대차는 2020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활용한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경쟁자로 지목되는 테슬라 모델S 가격이 7만2700~11만700달러(약 8600만~1억3800만원)임을 감안해, 비슷한 가격대의 고급세단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기아차는 친환경 SUV 니로의 전기차 모델 출시를 검토 중에 있다. 쌍용차 역시 전기차 SUV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차에만 머물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2020년경에는 SUV와 스포츠카, 고급 세단으로까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현재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는 설치된 충전기도 부족하고 지원금액도 적다보니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차종”이라며 “다만 향후 전기차 인프라가 확대되고 디자인이나 차종도 더 다각화되게 된다면 전기차 시장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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