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에 기여…CSP제철소 안정화 과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왼쪽 첫번째)이 2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임직원에게 2017년 ‘부국강병’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다. / 사진=동국제강
국내 후판사업 대표 주자였던 동국제강은 2012년부터 내리막 길을 걸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세주 회장은 횡령 및 도박 혐의로 구속됐다. 이때 장세욱 부회장이 등장했다. 장세욱 부회장 체제에서 동국제강은 경영 안정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장세주 회장 장남인 장선익 이사의 술집 난동 등 오너리스크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CSP 제철소 정상 운영도 장 부회장에겐 짐이다.

동국제강 주력 제품은 후판이었다. 후판은 선박과 건설용 자재로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이다.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아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에 많이 유입됐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후판 사업에 진출하면서 국내 시장 경쟁도 가열되기 시작했다. 동국제강 국내 후판 판매 점유율은 2010년 40%에서 2013년 24%로 주저앉았다. 동국제강의 후판 부문 영업적자는 2012년 1847억원, 2013년 642억원, 2014년 126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상반기에도 1100억원 적자를 냈다.

이와 함께 후판 수요 산업인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후판 수요마저 감소하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 압박도 거셌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후판 중 70%를 조선업계로 납품하는 동국제강 수익이 급감하는 건 당연했다.

이후 동국제강에 악재가 겹쳤다. 2014년까지 동국제강의 부채는 계속 늘었다. 2014년 말 기준 동국제강 부채비율은 207%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은 5500억원인 반면 총 차입금은 4조6423억원에 달했다. 그해 5월 동국제강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오너리스크도 있었다. 2015년 3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게 ‘100억원 횡령’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5월 장 회장은 구속됐다. 장세욱 부회장은 형님인 장 회장을 대신해 2015년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게 된다.

장 회장이 구속된 2015년 5월 장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가 출범했다. 이어 6월 이사회에서 장 회장과 남윤영 사장이 대표 이사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장 부회장 단독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장 회장은 부임 후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동국제강은 2015년 8월 연산 후판 190만톤 규모의 포항 2후판공장을 폐쇄했다. 주력인 후판 사업을 기존 3기 체제에서 당진공장의 1기 단일 체제로 슬림화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앞서 1후판 공장은 장 회장 시절이었던 2012년 폐쇄됐다.이로써 동국제강의 제품군은 후판 중심에서 영업이익률이 좋은 냉연강판과 봉형강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어 장 부회장의 지휘 아래 동국제강은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이던 국내외 상장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포스코 주식 20만주를 모두 매각해 총 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또 포스코강판 주식 58만8000주를 103원원에 매각했다. 이어 일본기업 JFE스틸홀딩스, 키스코홀딩스, 한국철강 등의 주식을 모두 처분해 보유 현금을 늘렸다. 동국제강은 사옥이었던 페럼타워 마저 매각하게 된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으로 장 부회장 부임 이후 동국제강은 차입금을 1조4036억원 줄였다. 부채 비율은 2014년 말 239.5%에서 2015년 말 211.3%까지 줄어들게 됐다.

브라질 CSP제철소 완공도 지난해 5월 마무리했다. 해외 첫 고로 사업인 CSP제철소 건설은 10년 전인 2005년(쎄아라주 투자 MOU 기준) 시작돼 수차례의 지연을 거친 이후 장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후판 단일 설비 체제에서 고급 슬래브 소재를 자체 조달해 수익성을 최대로 높이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브라질 CSP제철소 전경. / 사진=동국제강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동국제강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에는 개별 기준 영업이익률이 9.7%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 역시 8.5%의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

동국제강은 미래 먹거리로 럭스틸(Luxteel)을 밀고 있다. 럭스틸은 철강업계 최초의 브랜드 제품으로 장 부회장이 2011년 유니온스틸 사장 당시 내놓은 야심작이다. 유니온스틸 사장 당시 장 부회장은 가전제품에 쓰던 컬러강판에 다양한 색깔과 무늬, 질감을 입혀 고급 건축 자재로 쓸 수 있는 럭스틸을 출시했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판매량은 2014년 21만2000톤에서 2015년 23만9000톤으로 늘었다. 2013년 34% 수준이던 동국제강(당시 유니온스틸)의 컬러강판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40%까지 뛰었다. 동국제강은 180억원을 투자해 부산에 연산 10만톤 규모 컬러강판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이로써 동국제강 컬러강판 생산 능력은 연간 75만톤이 돼 연간 매출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장 부회장의 단독 체제는 한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추징금 14억1894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근에는 장 회장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가 중책을 맡은 지 한 달도 안돼 술에 취해 난동을 피워 경찰조사를 받았다. 동국제강측은 밤 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채권단은 동국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비주력 자회사를 매각해 현금을 더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강 경기가 여전히 안 좋기 때문에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슬래브(Slab)를 전량 처리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슬래브 판매가 원활하지 않으면 CSP제철소가 반등하는 동국제강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슬래브는 두께 120㎜~400㎜의 철강 반제품으로 CSP제철소는 연간 슬래브 300만톤을 생산한다.

이 중 동국제강은 160만톤에 대한 우선권을 가진다. 동국제강은 이 중 60만톤을 충남 당진 공장에 들여와 후판 생산에 사용하고 나머지 100만톤은 해외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장 부회장은 100만톤 판매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슬래브 100만톤에 대한 수요처는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슬래브 100만톤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시장 상황을 볼 때 슬래브 160만톤을 판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제철소 초기 가동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CSP제철소에서 적어도 올해까진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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